'중국-대만' 대리전 대선서 집권당 산티아고 페냐 후보 당선…남미 내 유일 수교국 남아

[파라과이]

중남미'핑크 타이드'강세 속 여당 후보 압승
"美-대만-이스라엘 3각구도, 국가발전 원동력"

중국과 대만의 대리전 양상을 띠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은 파라과이 대선에서 ‘친대만’ 성향인 산티아고 페냐 집권당 후보가 승리했다. 금전 외교를 앞세운 중국에 몇 안 되는 수교국을 차례로 뺏겨온 대만은 파라과이를 지키는 데 성공하며 한숨 돌리게 됐다. 

대만과 수교를 이어갈지를 두고 국제 사회의 큰 관심을 끌었던 파라과이 대선에서 ‘친대만’ 성향의 산티아고 페냐(44) 집권당 후보가 승리했다.

집권 콜로라도당(공화국민연합당·ANR) 소속 페냐 후보는 30일 열린 대선에서 개표율 92.24%인 43.07%를 확보해 27.49%에 그친 정통급진자유당(PLRA·급진자유당)의 에프라인 알레그레(60) 후보를 눌렀다.

애초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 밖으로 표차가 벌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재무부 장관을 지냈던 페냐 당선자는 오는 8월15일 임기 5년 대통령에 취임한다.

페냐 당선자가 속한 콜로라도당은 1947년 이후 딱 4년(2008∼2012년)을 제외하면 70여년 동안 여당 지위를 잃은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파라과이에서는 경기 둔화와 높은 범죄율 등으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2013~2018년 집권했던 콜로라도당 소속 오라시오 카르테스 전 대통령의 중대 부패 범죄 스캔들까지 터졌다. 페냐 당선자는 카르테스 정부의 재무장관 출신으로, 카르테스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로 정치적 입지를 넓혀온 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야당 알레그레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페냐 당선자를 앞서기도 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콜로라도당의 70년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에도 콜로라도당의 승리였다. 개표 초반부터 페냐 당선자는 알레그레 후보를 크게 앞서며 여유롭게 당선됐다.

특히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과 대만 문제였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인 페냐와 알레그레는 대만과 중국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친중 성향인 알레그레 후보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파라과이의 대표적 수출품인 대두와 소고기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페냐 당선자는 미국 및 대만이라는 전통적 우방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외교 철학을 드러내왔다 그는 지난 1월 CNN 인터뷰에선 미국·이스라엘·대만을 ‘파라과이 발전을 위한, 중요한 삼각 구도’로 설명하기도 했다.

페냐 당선자가 승리하자 대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온두라스가 대만과 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한 상황에서 파라과이까지 잃으면 대만의 국제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중남미에 거세게 불고 있는 ‘핑크 타이드’ 속에서 파라과이의 70년 우파 정권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이번 선거의 관심사였다. 멕시코, 페루, 칠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온두라스 등은 물론 파라과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도 좌파 정권이 들어선 상황이다. 하지만 페냐 당선자의 승리로 우파 콜로라도당은 이번에도 굳건한 지배력을 입증했다.

☞핑크 타이드
'분홍색 물결'이라는 뜻으로 중남미에서 좌파 세력이 다수 집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