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 등 범죄 이어져…"생활고가 범행 이유 될 수 없어"

사법부도 엄단 의지…"자녀 대상 비속 범행, 가중 처벌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단란해야 할 '가정의 달'에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가족 살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겨내기 힘든 상황에서 초래된 안타까운 일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약자'인 어린 자녀에게 극단적 선택을 강요하거나 살해하는 행위는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46분께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편과 아내, 생후 수개월로 추정되는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이 부친에게 "내가 잘못한 게 있다. 고맙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경찰은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뒤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자녀를 껴안고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오후 11시 35분에는 경기 평택시 고덕면의 한 아파트에서는 30대 여성(조선족)과 그의 어린 아들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집에서는 "아들을 데리고 먼저 간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지난 3월 18일에는 40대 부부와 자녀 3명 등 일가족 5명이 인천 미추홀구 한 주택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남편이 아내와 자녀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가족에게 극단적 선택을 강요하거나 살해하는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엄벌 의지는 강하다.

지난달 광주고법 형사1부(박혜선 부장판사)는 4억여원의 사기를 당한 뒤 비관하다가 두 딸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50대 여성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사는 것보다 자녀를 살해하고 죽는 것이 낫겠다는 범행 동기는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당시 재판부는 "어린 피해자들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갈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생을 마감한 점 등을 양형에 감안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다세대주택에 살다가 생활고를 이유로 두 아들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40대 여성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태어난 순간부터 그 자체로 귀중했던 자녀들은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영문도 모르고, 더더욱이나 믿고 따랐던 엄마 손에 의해 소중한 생명을 빼앗겼다"며 "이 사건은 동반자살 사건이 아니라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이라고 못 박았다.

'동반자살'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자녀를 해치는 행위는 저항하기 어려운 약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참혹한 범행인 만큼, 지금보다 더욱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에는 부모 등 존속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조항을 따로 두고 있지만, 자녀 즉 비속을 대상으로 한 범행을 가중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가 있지만,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우리 사회는 효를 강조하는 유교적 관념의 영향을 받아 존속 범행을 가중처벌 하지만, 비속 대상 범행은 별도의 가중 형량이 붙지 않는다"며 "이는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에 기반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기방어 능력이 약한 어린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범행은 상당히 죄질이 나쁜데, 이 같은 비속 범행에 대해 가중 처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민 김솔 김형우 나보배 박철홍 손현규 심규석 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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