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3∼4곳 기본에 농구·천문대까지…"공휴일 수업 금지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내일은 어린이날이라서 논술 한 군데만 가요. 평소엔 학원 7곳을 가는데 여기선 다들 그렇게 해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는 책가방을 멘 초등학생들로 북적였다. 초등학생들 학원 대부분은 어린이날을 맞아 휴강하지만 "내일도 학원에 가야 한다"는 초등학생도 적지 않았다.

오후 2시께 학원가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 김모(12)양은 "논술, 문해, 미술, 영어 말하기, 영어 문법, 수학 2곳, 과학 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미친 친구들이 많아서 더 많은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며 웃었다.

"집에 있기는 하지만 시험공부 때문에 죽을 지경이에요." 친구 오모(12)양은 작년 크리스마스에 학원 3곳을 돈 경험을 떠올리며 울상을 지었다. 그러면서 "이번 어린이날에는 시험공부를 해야 해서 학원은 빠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양은 평소 수학·영어·성악·미술·피아노·논술 등 기본 과목과 예체능은 물론 농구·체조·천문대까지 학원에 다니며 배운다.

공휴일인 어린이날은 수업을 하지 않는 학원이 많지만, 평소에는 다들 3∼4곳은 기본으로 다닌다고 초등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이모(9)양은 "엄마가 시켜서 다니지만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겨 다니기가 싫다"고 했다.

5년째 대치동 한 초등학교에서 일해왔다는 학교 보안관은 "하교 시간에는 초등학교 후문에 노란 학원차가 줄지어 서서 학생들을 학원으로 실어 간다"며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어놀며 호연지기를 배워야 하는데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전국 초·중·고교 약 3천곳에 재학 중인 학생 7만4천명가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78.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은 평균 7.2시간이었다.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5.2%, 주당 참여시간은 7.4시간으로 특히 더 높았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아동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학업 스트레스를 포함해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뛰어놀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도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별로) 심야 교습을 금지하는 것처럼 공휴일에도 아이들이 학원을 못 가게 하는 등 아이들이 놀이 중심으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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