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아버지 "반군의 강제 징집 때문에 아이들 비행기 태워"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비행기 추락 사고 40일째에 극적으로 생환한 '아마존 4남매'가 애초 비행기를 탔던 이유는 어린이를 강제 징집하는 무장단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아마존 4남매' 레슬리 무쿠투이(13), 솔레이니 무쿠투이(9), 티엔 노리엘 로노케 무쿠투이(5), 크리스틴 네리만 라노케 무쿠투이(1) 중 셋째와 넷째의 친부인 마누엘 라노케는 어린이를 폭력으로 위협해 징집하는 한 무장단체가 콜롬비아 남부에 있는 고향을 장악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자기 가족이 다음 차례가 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친척들이 아이들을 비행기에 태워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도시로 보내려 했으나 비행기가 추락해 4남매의 어머니 등 성인 3명이 사망하고 아이들만 남겨졌다는 것이다.

라노케는 "아이들이 징집될까봐 무서웠다"며 "(무장단체들은) 두 살짜리도 뽑아갈 정도로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NYT는 '아마존 4남매' 같은 원주민 후이토토족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매일 콜롬비아 시골에서 어린이 수천명씩에게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콜롬비아는 수십년째 무장혁명군(FARC) 등 여러 무장세력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제1반군'으로 꼽히는 FARC는 2016년 무기를 내려놓기로 했지만, 반군 세력이 출몰했던 수많은 지역의 통제권은 중앙정부로 돌아가지 않았다.

정부가 부재한 상황에서 옛 반군들은 새 조직원을 규합했다. 이들은 시골 지역과 코카인 산업, 그 밖의 지하경제 지배권을 놓고 여러 범죄조직과 싸우는 중이다.

결국 콜롬비아 시골 주민들은 도저히 끝나지 않는 전쟁에 갇혀버렸고, 전쟁통에 가족과 어른을 잃은 채 강제 이주, 징집, 죽음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가장 어린 희생자 집단이 됐다.

4남매의 삼촌 피덴시오 발렌시아는 아이들이 살던 원주민 보호구역은 아라라콰라의 작은 마을 옆에 있는 극도로 외딴곳이었다. 발렌시아는 "하수 처리 시설도, 전기도 없었다"며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콜롬비아 옴부즈맨에 따르면 아라라콰라 주변 주민은 지난 몇 달 동안 폭력의 표적이었다. 콜롬비아 옴부즈맨은 이 지역에서 벌어진 살인과 어린이 징집이 FARC의 일원인 자칭 '카롤리나 라미레스 전선'의 소행이라고 본다.

아라라콰라에 사는 한 후이토토족 여성은 "가족의 안전 때문에 사람들은 두려움 속에서 (폭력 상황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이곳에 최소 두 개의 무장단체가 활동 중이라고 했다.

콜롬비아 정규군 지도자인 엘데르 히랄도 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국은 무장세력에 관한 라노케의 발언을 인지하고 있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롤리나 라미레스 전선은 종종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입장을 발표해왔지만 이번 사안에 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아마존 4남매'는 지난달 1일 발생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실종됐다가 40일 만인 이달 9일 열대우림 한복판에서 구조됐다. 이들은 동행한 어른이 모두 숨진 상황 속에서도 곡물가루 카사바(cassava)나 씨앗 등을 찾아 먹으면서 살아 남았다.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