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의 '아마존'이냐, 아프리카의 '나일'이냐 

[브라질]

기네스북, 미 지질조사국 등 저마다 1위 달라
서로 "우리가 맞다" 주장 맞서 오랜 시간 논란 
다국적 연구팀 7달간 아마존 탐사, 길이 측정 

‘세계에서 가장 긴 강’으로 꼽히는 나일강이 실제로 가장 긴 강이 맞는지 전문가들이 측정에 나서 화제다.

기네스북과 미국 정부는 나일강을 가장 긴 강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브라질 학계는 아마존강이 더 길다고 주장한다. 두 강의 길이 경쟁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의 자존심 대결로 비화하기까지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결코 풀 수 없다고 여겨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국적 연구원과 탐험가들이 긴 여정을 떠난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탐험가 단체인 ‘디 익스플로러스 클럽’은 내년 봄 아마존강 길이 측정을 위해 페루 안데스산맥 깊은 골짜기에서 대서양까지 7개월간 원정을 떠날 예정이다.

탐험대를 이끌게 된 브라질 출신 유리 사나다는 WP 인터뷰에서 “인간은 에베레스트산을 수천 번 올랐고, 1500명 넘는 사람들이 노를 저어 바다를 건넜다”며 “하지만 카약으로 아마존강 전체를 타고 내려간 사례는 10회 미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마저도 모험이 목적이었다. 강 전체를 훑어 지리와 생물 다양성을 기록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아마존강 길이 측정이 마무리되면 나일강 길이 측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마존강과 나일강 길이는 측정 기관마다 다르다. 1846년 발간된 지도책 '유용한 지도 지식'엔 아마존강 3200마일(5149㎞), 나일강 2750마일(4425㎞)로 기록돼 있다. 브라질 정부 측정 결과도 아마존강 4331마일(6970㎞), 나일강 4258마일(6852㎞)로 아마존강이 더 길다. 반면 미 지질조사국(USGS) 자료엔 아마존강 4000마일(6437㎞), 나일강 4132마일(6649㎞)로 나일강이 더 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디 익스플로러스 클럽이 정확한 길이를 측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강은 홍수와 댐 건설 등의 요인으로 모습이 수시로 변하는 데다, 강의 시작과 끝을 규정하기가 어렵다. WP는 “강의 가장 넓은 줄기를 시작점으로 볼 것인지, 가장 깊은 곳을 시작점으로 볼 것인지부터 의견이 갈린다”고 설명했다.

논쟁도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2008년 브라질 ‘국립공간연구소’ 측은 아마존강이 대서양으로 흐를 때 북쪽으로 가는 짧은 경로 외에 남쪽으로 돌아 흐르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아마존강이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아마존강의 브레베스 운하를 과대 측정했다며 “1등이 되려고 측정 놀이를 벌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WP는 또 마약 밀매 조직이 아마존강을 주요 루트로 사용하고 있고, 해적이 자주 출몰해 실제로 탐험가가 목숨을 잃는 사건을 들어 강 길이 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