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관광객 위해 운행하는 임시노선, 교계 끈질긴 항의 번호 바꾸기로

[폴란드]

24일부터 666에서 669로 변경키로 결정
목적지 이름도 ‘헬’, 유명 관광지로 명성
“10여년간 끈질긴 기독교계 요구에 굴복”

폴란드 북부 해안에서 35km 길이로 뻗은 헬(Hel) 반도는 아름다운 숲길과 백사장으로 유명한 가운데 이 해안을 오가는 666번 버스가 곧 사라질 예정이어서 화제다.

지난 15일 BBC 등 외신은 현지 버스회사 ‘PKS그디니아’가 폴란드 666번 버스의 헬 지역 운행을 이번 주부터 중단하며 오는 24일부터 해당 노선의 버스 번호를 669번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헬은 해변 풍경뿐 아니라 2차 세계대전 격전지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에 예전부터 유명 관광지였다. 2006년부터 다니기 시작한 666번 버스는 이 지역의 유명세를 더욱 키웠다.

이 버스는 여름 관광객을 위해 일 년에 몇 달만 운행하는 임시노선이었지만 특이한 의미 탓에 관광객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버스는 폴란드 북부 발트해 연안의 휴양도시 헬(Hel)과 인근 다브키 마을을 잇는다.

지옥을 뜻하는 영어 단어 헬(hell)과 발음이 비슷한 지명인데다 ‘악마의 숫자’라는 이미지가 있는 666이 합해져 방문객들은 “666번 버스를 타고 지옥에 다녀왔다”는 농담을 하곤 했다. 하지만 더는 이런 농담은 듣지 못하게 됐다.

버스회사는 기독교 계열 단체와 개인들이 벌인 항의 때문에 번호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PKS그디니아 대변인은 “회사 경영진은 쏟아지는 편지와 (명칭 변경) 요구의 무게에 시달렸다”며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지난 10년 간 주기적으로 있었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 가톨릭 계열 미디어 프론다(Fronda)는 2018년 낸 기사에서 “지옥은 인간성의 부정이자 영원한 죽음이고 고통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나 웃을 수 있다”며 “(지옥을 소재로 한 농담은)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킬 것”고 했다.

일각에서는 버스 운행 중단 소식에 “‘헬’이라는 지명도 바꿔야 하는 것이냐”는 불만도 나온다. 폴란드어로 지옥을 의미하는 단어는 피에크워(piekło)이다.

한편 버스회사 측은 승객들이 요구하면 번호를 666번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