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 진단…"9·11로 테러가 '공공의 적'이던 때 끝나"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이나 중국이 '공공의 적'이던 테러리즘 대응에서 눈을 돌려 서로 경쟁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테러 위험이 기승을 부리게 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 시사지 뉴스위크는 26일(현지시간) '유럽 위험 규제 저널'(European Journal of Risk Regulation)에 실릴 예정인 '실존하는 테러리즘' 논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논문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낮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대결 양상으로 오히려 인류에 위협이 되는 테러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논문과 관련해 연구진은 "미 국가 안보의 화두가 점차 중국의 부상에 따른 '전략적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만약 테러리즘이 점차 잊혀지고 테러 단체를 상대로 한 압박이 사라지면 이들 단체는 원하는 곳에서 조직화, 역량 강화를 꾀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 중국이 지정학적 정세를 악화하면서 갈등을 키우는 와중에는 테러 대응과 관련한 상황이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과 중국이 핵 전쟁 직전까지 가서 무력 충돌하는 와중에 테러리스트가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을 생각해보라"면서 "역사적으로 국가들은 벼랑 끝에서는 물러서려는 의사가 있지만 아직도 그들은 벼랑으로 가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논문은 그러면서 테러 단체가 실제 위험을 조성할 가능성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직접적 공격 방법으로는 유전자 조작을 거친 미생물 투입이 꼽혔다.

논문은 이러한 공격이 "인류에게 실존하는 위협이 될 유일한 무기"라면서 테러리스트들이 직접 만들고 배치할 수 있는 범주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공격 방법으로는 "인류 능력을 초월한 인지를 수행할 수 있는" 슈퍼 인공지능(ASI)이 꼽혔다.

반면 간접적 공격 방법으로는 테러리스트들이 제3자의 손에 들린 핵 카드를 포함해 대량 살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연구진은 가정했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테러리스트들이 해킹 기법인 '스푸핑'(임의로 구성된 웹사이트를 통해 이용자 정보를 탈취하는 방식) 등으로 가짜 위협을 촉발해 특정 국가의 핵무기 발사를 선동한다는 것이다.

논문은 그러면서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9·11 테러로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이 국제 사회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중국과 러시아 또한 이에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강대국 간 긴장과 경쟁이 고조되는 시대가 됐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미국의 대러시아, 대중국 관계가 점차 안 좋아지고, 러시아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면서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들 강대국이 최대한 무력 충돌은 피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테러리스트들은 이같이 긴장감이 감도는 지정학적 상황을 악용하려 한다는 게 논문의 진단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싸우던 바그너 용병이 모스크바로 총구를 돌려 지난 24일 무장 진격한 것도 이러한 사례 중 하나로 꼽혔다.

연구진은 "강대국이 대결하는 시대가 되면서 테러 대응에서는 서로 뭉치는 게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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