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원 노출 우려…미 정보당국 수개월간 프리고진-국방부 불화 추적

CNN "바그너 진격시 저항 거의 없었던 점에 美 관리들도 놀라"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 정부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관련 정보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부분 동맹국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N 방송은 26일 미 정보당국이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이 어디에서, 어떻게 러시아 본토로 진격할지를 포함해 무장 반란과 관련해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미 정보당국은 영국 등 특정 동맹국들에만 정보를 알렸고 나토 수준에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소식통들은 프리고진이 정확히 언제 반란에 나설지 불확실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달 10일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바그너그룹에 공식 계약을 체결하라고 강요하자 프리고진이 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프리고진의 반란과 관련한 정보는 기밀이어서 미국에서도 최고위급 행정부 관리들과 상하원 지도부 모임인 '8인회'(Gang of Eight)에게만 보고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유럽 내 일부 고위 관리들뿐 아니라 심지어 미국 고위 관리들도 지난 23일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촉구와 다음 날 아침 모스크바를 향한 바그너그룹의 빠른 진격에 당황했다고 소식통들이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그것(반란 관련 정보)은 매우 엄격하게 통제됐다"고 말했다.

일부 나토 관리들은 이 같은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 당국은 민감한 정보원들과 정보 획득 방법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판단했고 적들에게 대화가 도청될 것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관리들에게도 사전에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이 프리고진의 반란 계획을 미리 알 수 있었던 것은 수개월 동안 러시아 국방부와 프리고진의 불화가 커진 점을 추적했기 때문이다.

앞서 CNN은 바그너그룹이 반란에 필요한 무기와 탄약들을 비축한 징후가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과 서방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행동에 허를 찔렸고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사령부를 장악하기 전에 러시아 정규군을 배치할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CNN에 밝혔다.

푸틴은 무장반란 진압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있는 러시아 병력을 끌어오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리고진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장악하려고 시도했다면 분명히 패했을 것이고 이것이 러시아 정부와 타협하고 진격을 멈춘 이유라고 미 관리들은 말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안보팀에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은 프리고진이 모스크바까지 진격할 가능성을 포함해 광범위한 비상 상황을 분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바그너그룹이 러시아에서 진격할 때 저항을 거의 받지 않은 것은 미 정보 관리들에게 놀라운 일이라고 CNN이 전했다.

프리고진은 "로스토프주 군 사령부를 접수할 때는 총알 한 발도 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