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인터뷰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 해결법 알아…탄소배출 줄여야"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세계 곳곳에서 '극단'이 이제 새로운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17년 전 유명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린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극단적인 이상 기후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NYT와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의 기온(상승)과 남극 해빙의 전례 없는 감소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며 "(미국) 뉴욕주 북부, 버몬트, 일본 남부, 인도에서도 이를 목도하고 있고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의 전례 없는 가뭄에서도 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밤 TV 뉴스를 보는 것은 요한계시록(심판, 종말 등을 예언한 성경)을 통해 하이킹을 하는 것과 같다"라고도 비유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이같이 우려하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저렴해진 청정에너지, 전기 자동차 보급 확대 등을 볼 때 선진국들이 탄소 배출량을 빠르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2030년 또는 2040년까지 잠재적 곡선을 그려보면 '이러한 광범위한 (탄소 배출) 목표들이 확실히 달성 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점점 더 현실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 에너지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경제학자 루디거 돈부시의 말을 인용해 "때때로 일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리기도 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일어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 순간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화석 연료 사용과 배기가스 방출을 더 빨리 멈출수록 전 세계 온도가 더 빨리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어 전 부통령은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다"면서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넷제로에 도달함으로써 3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기온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한 넷제로 상태를 유지하면 30년 안에 인간이 유발한 이산화탄소의 절반이 대기에서 없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오늘날 세계에서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의 80%는 여전히 화석 연료에서 나온다"며 석유, 가스, 석탄 회사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화석 연료 기업들이 정치, 경제 네트워크 등을 이용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늦추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고 단계적 감축 계획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들은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을 하고 있고 반(反)기후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특히 화석 연료 기업들이 매년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계속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28차 COP 의장을 맡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회사 대표인 술탄 아흐메드 알자비르에 대해서도 의장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고어 전 부통령은 2000년 대선 패배 이후 환경운동가로 활동해왔으며 2007년에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앞장선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