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자리 찾아 도시로 떠난 자식들 대신 '병원 동행' 신종 직업 인기 '짱'

세태가 변하면서 어느 새인가 효도가 무척이나 어려운 세상이 됐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에게 나이들고 병든 부모는 짐이 돼버린지 오래다.

급속한 고령화로 질병을 앓는 노인과 중증환자가 증가한 반면 이들을 돌볼 자녀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해 노인 간병 문제가 심각해진 중국에서 자녀 대신 병원을 동행해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 눈길을 모으고 있다.

30일 신민완보는 일자리를 찾아 떠난 자녀들의 빈자리를 대신해 노인 간병을 하는 ‘배진사’(陪??)라는 새 직업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배진사의 주요 업무는 질환으로 병원 진료가 필요한 노인들과 병원을 동행, 병원 접수부터 이동, 수납까지 대신하는 일종의 ‘의료서비스 동행’이다.

배진사로 취업하기 위해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나 경력 등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취업자들의 관심이 높다. 대형 종합 병원의 위치와 수납처, 진료실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 암기한다면 누구나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부터 상하이 등지에서 배진사로 일해 온 20대 중국 여성 A씨는 하루 평균 두 명의 노인들과 함께 병원을 동행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그는 사전에 고객과 병원 진료일과 시간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은 뒤 병원 예약 과정부터 수납까지 확인하며 노인들의 진료를 돕고 있다.

그는 “많은 고객들이 혼자 상하이에 있는 대형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것을 어렵게 생각한다”면서 “노인과 병원을 동행하기 위해 자녀들이 쉽게 휴가를 낼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자녀들이 해외로 유학을 떠나거나 해외에 정착해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빈자리를 배진사들이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노인들과 병원을 찾아 진료 과정을 동행하며 받는 월급은 월평균 1만 위안(약 180만 원) 수준이다.

중국 창저우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인 B씨 역시 지난해부터 배진사로 일하며 생활비를 마련해오고 있다.

그는 아이들 양육과 동시에 할 수 있는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을 갖고자 배진사라는 일을 시작한 경우다.

그는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노인들의 주변에는 이들을 돌볼 자녀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면서 “병원 접수부터 수납까지 전 과정이 키오스크로 돼 있어서 대부분의 노인들은 접수부터 어려워한다. 배진사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진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B씨가 이 일을 시작했던 지난해 초 첫 달 수입은 약 2000위안(약 36만 원) 남짓이었지만 현재는 1만 8000위안(약 322만 원)~2만 5000위안(약 447만 원)까지 수입이 늘었다. 하루 평균 2~3개의 병원 동행 서비스를 담당, 매달 최소 60~70건의 일을 소화하고 있는 덕분이다.

그녀가 가장 많은 수입을 벌었던 날은 하루에 총 7건의 병원 동행을 통해 1100위안(약 20만 원)을 손에 쥐었을 때다.

그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낫다”면서 “하지만 이 일의 전문성을 더 갖추기 위해서 노인 심리학 서적을 찾아 읽고, 의료서비스와 관련한 책도 찾아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진사를 직접 찾아 연결해주는 전문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도 여럿 등장했다.

플랫폼에 접속해 각 지역별로 설정된 배진사를 차고, 병원 동행 서비스 이동 경로의 멀고 가까운 정도 차이와 배진사를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1회 동행마다 200~300위안 선에서 거래된다. 또, 각 배진사마다 서비스 이용 후기가 제공돼 이용자들은 후기를 확인 후 동행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가 무분별하게 등장하면서 이를 악용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서비스 이용자의 연령이 고령인 것을 악용해 현장에서 추가 요금을 요구하거나 돈을 먼저 받아 챙긴 뒤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 사례가 다수 목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배진사 직업군에 대해 국가 표준의 근로 자격증 과정을 개설, 직접적인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