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덮친 하와이 마우이섬, 하루아침에 잿더미된 '지상낙원' … 사흘간 산불 확산 피해 급증

[뉴스인뉴스]

한인 마켓 전소 등 한인사회, 관광객 혼비백산
대피소 4곳 2천명 피신, 공항서도 2천명 밤샘

해안경비대 등 긴급 투입 불구 진화 속수무책 
섬 전체 마비 상태…피해 복구 수십년 걸릴 듯

지상 낙원으로 불리던 하와이의 마우이섬에 화마(火魔)가 덮치면서 아름다웠던 섬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지난 8일 이른 새벽부터 발생한 산불은 10일 오전까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유난히 건조한 기후에 더해 허리케인이 하와이 근처를 지나가면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며 피해를 걷잡을 수 없게 키운 것이다.

현재까지 사망자 36명이 확인됐고, 앞으로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아직까지 한인 동포, 관광객들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피해 상황 점검을 위해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한국 관광객 연 2만5천명 방문

주호놀룰루총영사관에 따르면 마우이 섬에는 연간 한국 관광객 2만5000명 정도가 방문한다. 마우이 섬에 거주하는 한인은 약 500~800명으로 대부분 관광 관련 비즈니스 등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와이주 당국은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아직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안경비대 등을 투입해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하와이 일대를 뒤덮은 허리케인 ‘도라’의 강한 바람, 건조한 기후 등이 합쳐져 진화 및 구조가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인명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언론들은 소방 당국과 민간항공순찰대의 보고서를 인용해 건물 271채가 산불로 손상되거나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마우이섬의 유명 관광지인 라하이나 지역의 피해가 크다.

당국은 라하이나 지역의 주택과 상가 건물 상당수가 완전히 불에 타 소실됐다고 밝혔다. 이중엔 한인 대형 마켓과 일부 한인 소유 주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의 명물이었던, 유서 깊은 와이올라 교회 건물이 불에 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CNN "전쟁 폭격 당한 듯" 

CNN은 “라하이나 일대가 마치 전쟁 중에 폭격을 당한 것처럼 보인다”고 긴급 타전했다. 긴급 대피소 4곳에 2000여명이 피신했다. 화염과 연기가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현지 주민들은 간신히 집을 빠져나와야 했다. 다급한 상황에 부닥친 일부 주민들은 바다에 뛰어들어 몸을 피했다가 해안경비대에 구조되기도 했다.

카훌루이 공항에도 관광객 약 2000명이 대피,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9일 하루동안에만 1만1000명이 항공편으로 섬을 떠났다. 라하이나를 포함해 마우이섬 1만여 가구에 전기가 끊겼고, 도로가 상당수 통제돼 현지 관광객 등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등 통신이 모두 끊긴 곳도 부지기수다.

이번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현지 체류 국민 보호대책 마련에 나섰다. 외교부는 본부와 호놀룰루총영사관이 참여하는 긴급 합동 대책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고 재외국민 보호 조치를 점검했다. 아직까지 한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