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유네스코 등재' 국고보조금으로 급여받는 동안 아들 보러 미국 여행

'세월호 피해자 지원금' 다른 곳 쓰기도…손녀 말 구입에 횡령한 돈 쓴 단체 직원

감사원, 文정부 시절 민간단체 지원 실태 감사…"회계 부정 엄단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곽민서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지원한다며 정부 보조금을 사적으로 이용한 부정 수급자가 적발됐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체 회복 보조금을 멋대로 쓴 시민단체도 덜미를 잡혔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2021년 국고보조금 집행 현황에 대한 집중 감사 결과 이 같은 담긴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 감사보고서를 17일 공개했다.

◇ '위안부 유네스코 등재 지원' 책임자, 해외여행하고 월급 받아

감사원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위안부의 목소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지원하기 위해 민간단체(사단법인·재단법인) 2곳을 보조사업자로 선정하고 2018∼2021년 4년간 국고보조금 4억원을 교부했다.

해당 사단법인 이사장 A씨는 2018년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를 맡아 주 3회 일용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인건비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A씨는 총근무일 100일 중 74일은 실제 근무를 하지 않고 임금 665만8천524원을 받았다.

특히 A씨는 미국 유학 중인 아들과 며느리를 만나기 위해 2018년 6월 18일부터 7월 11일까지 24일간 출국했는데, 해외여행 중에도 근무를 한 것처럼 꾸며 급여를 타냈다.

같은 해 7월 16∼18일에는 대만에, 9월 27일부터 10월 19일까지는 스위스에 각각 머물면서 급여를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A씨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에 걸쳐 직접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관련 보조사업을 수행했다.

또 2021년에는 실제 상근을 하지 않으면서 9개월간 인건비 1천80만원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했다.

감사원은 올해 5월 사기와 보조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A씨에 대한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 '세월호 공동체 회복' 보조금 받아 홍보비·임차비로 사용

안산시에서는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진행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관련 보조금을 횡령한 시민단체 3곳이 적발됐다.

이 중 한 시민단체는 공동체 회복 보조금 약 400만원을 홍보비·임차비 등 보조금 내용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했다.

나머지 두 곳도 강사비나 영상 강의자료 제작 등에 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지출했다.

또 다른 문화 관련 사업 보조단체에서는 본부장이 회계 직원과 공모해 보조금 10억5천7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빼돌린 돈은 자녀 사업 자금이나 손녀의 말 구입 비용, 유학비 지원 등에 사용했다.

이외 자기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와 허위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미 출시된 제품을 새로 개발한 것처럼 꾸며내는 등의 방식으로 보조금을 횡령한 사례도 있었다.

앞서 감사원은 작년 8월부터 정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정부 국고보조금 지원 규모가 증가하면서 관련 회계 부정도 늘어났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정부가 지원한 국고보조금은 97조9천억원으로 2017년 대비 38조3천억원 증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13일 국무회의에서 "보조금은 제로베이스에서 꼭 필요한 것만 편성하라"며 "국민 세금인 보조금을 받아 가는 사람들은 이 보조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반드시 정직하고 정확하게 증빙(자료)을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감사원은 지난 5월 중간발표를 거쳐 이날 감사보고서를 다시 발표했다.

감사원은 "비위 행위를 엄단하고, 정부 보조금을 공돈으로 인식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mskwa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