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시나리오 펼쳐질 것"…'인도적 재앙' 경고 목소리

구호단체 직원도 신생아와 길거리 생활…"구호 활동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서 사실상 시가전을 개시한 가운데 주민들이 겪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 등 국제구호단체들은 가자에서 민간인 구호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남부 군사 작전이 가자를 '종말론적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최근 가자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 작전을 두고 "이는 이제 더 이상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군사 작전이 아니다. 단지 상처에 천을 덧대어 놓는 수준에 불과하며, 작전의 효과도 없어졌다"며 가자 공격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그리피스 사무차장은 "이런 조건에서 가자 주민들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국제 사회가 믿는다면 이는 착각"이라며 "이는 종말론적 상황이다. 한 국가의 살아남은 이들이 남부의 고립된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일시 휴전이 끝나고 가자 남부에서 군사 작전을 시작한 이스라엘에 '남부의 작전은 북부에서 벌인 것과는 달라야 한다'며 민간인 보호를 촉구했으나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리피스 사무차장은 "남부에서의 군사 작전은 우리가 이미 북부에서 본 것과 매우 비슷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 외교 당국이 이 문제에 매우 강하게 초점을 맞춰왔고 토니 블링컨 국무 장관이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호단체들은 이스라엘의 남부 군사 작전으로 구호 활동이 완전히 막혔다며 '지옥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린 헤이스팅스 유엔 팔레스타인점령지구 인도주의 조정관은 이날 AP 통신에 "가자의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고,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남아있지 않다"며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보다 더 지옥 같은 시나리오가 펼쳐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만 명이 집을 잃고 어린이와 여성이 목숨을 잃고 있는 가자의 현 상황이 '인간애(humanity)의 완전한 실패'라는 탄식도 나온다.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는 이날 성명에서 "현재 가자를 완전히 부수는 일은 역사상 최악의 민간인을 향한 공격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며 "우리는 매일 더 많은 어린이가 죽고 이 지옥을 견디는 무고한 사람들의 고통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적었다.

NRC는 "가자 남부에서 수만명이 길에서 공습에 노출된 채로 지내고 있다"며 "NRC 직원 다수도 현재 길에서 지내고 있다. 그중에는 2달 된 아기와 함께 지내는 엄마도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는 국가들은 이 민간인들의 죽음이 그들의 평판에 영구적인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하며 "가자의 현 상황은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애의 완전한 실패다. 살인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도 성명을 내고 가자의 인도주의적 재앙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WFP는 "가자지구에서 적대 행위의 재개는 이미 민간인들에게 닥쳐 있는 재앙적 기아 위기를 더 심화시킬 뿐"이라며 인도주의적 휴전과 민간인 지원을 위한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서 가자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가장 앞장서 목소리를 내 온 사만다 파워 미 국제개발처장도 이날 이집트의 가자 국경 지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간인 보호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이어짐에 따라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 현재까지 너무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군사 작전은 군인과 민간인들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