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친모 연락 두절되자, 친부가 삼 남매 동원 접촉 시도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어린 세 자녀를 길에 버린 친부가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됐지만, 1·2심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친부가 아이들을 길에 버린 사정을 살펴보면 유기나 방임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삼 남매의 부친인 피고인 A(44)씨는 2021년 4월 전남 여수시에서 광주 서구로 이동해, 한 편의점 앞에 10대 아들 2명과 10대 미만 딸 1명을 차에서 내려줬다.

삼 남매를 편의점 앞에 세워 둔 A씨는 "담배 피우러 간다"는 말만 남기고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아버지가 갑자기 가버리자 아이들은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꼈다.

삼 남매는 갖고 있던 휴대전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아버지에게 돌아온 대답은 "근처에 있을 테니, 경찰서(지구대)로 가서 엄마에게 연락하라"였다.

삼 남매의 친모는 7개월 전 가출한 상태였다.

A씨는 집을 나간 아내와 연락이 닿지 않자, 아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에 아이들을 데려와 경찰에 "엄마를 찾아달라"고 신고하도록 유도했다.

아이들도 여수에서 광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버지로부터 "엄마를 만나기 위해 광주로 간다"는 말을 들었다.

삼 남매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주변 지구대로 찾아가 엄마를 찾아달라고 했으나, 친모는 아이들을 찾으러 나타나지 않았다.

친모가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A씨는 곧장 지구대로 찾아와 삼 남매를 다시 데려갔다.

이를 두고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매우 부적절했더라도 피고인에게 피해 아동들을 유기하거나 방임할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기존 혐의에 아동학대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도 "A씨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였다.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형사3부(김성흠 부장판사)는 20일 "A씨가 아이들을 길에 버린 행위는 아내이자 아이들의 친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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