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해서 뽑아놓으면 뭐하나 … 지들 맘대로 하는데"

[뉴스포커스 / 퓨 리서치 24개국 국민 여론조사]

전세계 74%, 미국인 83%, 한국인 73% "선출직 공무원, 국민에 관심 없어" 응답

'독재·권위주의 리더 지지도' 크게 늘어
미국 26%, 한국 35% "선호한다" 답변

올해 세계 40개 국가가 대선 혹은 총선을 치르치는 수퍼 선거의 해를 맞아 '대의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감이 커지는 동시에 독재·권위주의 리더십에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을 위해 잘하라고 뽑아놨더니 자기들 마음대로 하고 있다'는 유권자들의 불신과 분노의 표출이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는 세계 24개국 성인 3만86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2~5월 실시한 대의 민주주의에 관한 조사 결과를 지난 28일 공개했다.

▶절반 이상 민주주의 방식 불만

조사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비율은 59%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현행 대의 민주주의 체제가 매우 좋다'고 답한 유권자 비율은 2017년에 비해 영국(43%→31%), 독일(46%→37%), 인도(44%→36%), 한국(19%→17%), 일본(22%→14%), 이탈리아(29%→23%) 등 12개국에서 감소했다. 나이지리아·케냐 등 아프리카 저소득 국가는 물론 캐나다·프랑스 등 고소득 국가에서도 이 같은 감소세는 마찬가지였다.

퓨리서치측은 "대다수 국가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매우 좋은 통치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소수"라며 "정치 엘리트들이 시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정치·경제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는 대중의 불만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의 74%는 '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국민들의 생각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스페인(85%), 아르헨티나·미국(각각 83%), 헝가리(78%) 등에서 부정적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고 한국(73%)과 일본(72%)도 상위권이었다.

▶정치 양극화가 회의감 부채질

갈수록 심해지는 정치 양극화도 대의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게 하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정당과 정치인들이 양극단으로 치우쳐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는 불만이 국가를 불문하고 거세지고 있었다.

'어느 정당도 나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42%에 달했다. 아르헨티나(62%), 스페인(60%), 이탈리아(58%), 프랑스(57%) 등 순이었다.
급기야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는 강력한 독재 체제에 대한 선호로까지 이어졌다. 사실상 권위주의 성향의 정당과 지도자들이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파고들면서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집권하고 있다.

▶'군부 통치' 선호도 쑥쑥 

'강력한 지도자가 의회·법원 등의 견제를 거치지 않고 결정하는 정부 체제를 선호한다'고 답한 비율은 2017년과 비교해 24개국 중 8개국에서 대폭 증가했다. 독일(6%→16%), 폴란드(15%→25%), 아르헨티나(17%→27%), 인도(55%→67%), 한국(23%→35%) 등으로 대부분 10%포인트 안팎씩 늘어났다.

2017년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미국 또한 이번 조사에서 이 같은 독재 체제를 선호한다는 비율이 26%에 달했다.

'군부 통치'를 민주주의 대안으로 내세운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멕시코(58%), 남아프리카공화국(46%), 브라질(42%) 유권자들이 특히 군부 통치를 선호했고, 영국(17%), 일본(16%)도 상당수였다.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대표 격인 미국의 유권자 15%도 군부 통치에 대해 '좋다'고 답했다.

신복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