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평균 20.7개 식료품점 방문
고물가에 4년 전보다 23% 늘어
거리 보단 가격 '원스톱'은 옛말

 살림 9단 주부들은 마켓 한 곳에서 장을 보지 않는다. 한인 마켓만해도 주부들은 어디는 야채가 싸고 어디는 비교적 고기가 싸고 어디는 생필품이 싸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많은 주부들이 한번 장보러 나서면 보통 2~3곳을 돌아야 장보기가 끝난다. 그런데 이젠 주부 9단만이 아니다. 물가 상승으로 물건 값이 오르면서 보통의 소비자들도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물건을 사기 위해 마켓에서 마켓으로 발품을 팔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시장조사업체 누머레이터 분석을 인용해 미국인들이 돈을 절약하기 위해 더 많은 매장에서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누머레이터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작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평균 20.7개의 소매점에서 식료품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4년 전(2019~2020년) 16.8개 보다 23.2% 증가한 수치다.

또한 소비자들은 상품이 더 저렴한 지역으로 쇼핑을 하러 가거나 멤버십 프로그램, 할인 프로모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누머레이터는 전했다. 매장 한 곳에서 모든 걸 사던 '원스톱 쇼핑' 시대가 인플레이션을 이기지 못하고 '장보기 삼천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은 지난 3년 동안 21% 상승했다. 현재 식료품이 미국 가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미국 소비자가 음식에 지출한 비중은 가처분 소득 대비 11.3%에 달한다. 더군다나 식료품 가격은 한 번 오르면 예전 가격으로 다시 내려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비싸진 가격에 적응하며 대처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뜻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비자들은 유통회사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구입하거나 특가를 활용하는 등 전략적으로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며 "코스트코, 타겟, 퍼블릭스, 스프라우츠 등 다양한 소매점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지역을 이동해 쇼핑하는 경우도 늘었다.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미셸 영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식품 쇼핑을 할 때 가격보다 근접성을 선택했지만 최근 분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뉴욕 롱아일랜드나 버크셔에서 쇼핑하곤 한다"고 말했다.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유통회사들은 특화 상품을 내놓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로저 범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교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는 "일부 식품 매장들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제공하려고 하기보다는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특정 카테고리를 찾고, 그 카테고리에서 소비자에게 우수한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마케팅 회사 어드밴티지 솔루션이 8017명의 미국 소비자를 설문 조사한 결과 약 3분의 2가 "쇼핑 중에 매장 내 쿠폰에 크게 의존한다"고 답했다. 2021년만 해도 불과 33%만이 할인 쿠폰을 사용한다고 답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