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대 젊은층 응원봉 들고 대거 참여
50~60대 중고마켓서 사거나 자녀에 빌려
해외 언론들 "축제같은 한국 시위" 경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10~30대 젊은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대거 참여하면서 응원봉이 새로운 집회문화로 한국 안팎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김지선 사회자(서울촛불행동 대표)는 "배우는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도대체 누구의 팬클럽인지 모르는 거죠. 그래서 교육 시간을 갖겠습니다"라며 전광판에 아이돌별 응원봉을 띄우고 하나씩 설명했다.
"자 다음 비투비. 이거 확성기 모양이던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NCT 응원봉. 망치 모양이어서 그동안 홀대받은 응원봉으로 유명하던데 윤석열 때려잡는 망치봉이 됐네요. 다음은 여자아이들."
이 장면은 집회 주최 단체인 촛불행동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4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형형색색 응원봉 물결이 화제가 되면서 연령과 상관없이 응원봉이 시위 필수품인 '새로운 촛불'로 떠올랐다. 실제로 지난 7~8일 주말 시위를 전후로 네이버쇼핑, 11번가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응원봉이 검색 순위 1위에 올랐고 쿠팡 등에서는 LED 응원봉 일부 제품이 품절되기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응원봉을 판매하거나 빌려주는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시위', '집회'만 검색해도 응원봉 관련 글이 쏟아지고 있고 NCT, 뉴진스, 샤이니, BTS 등 다양한 K팝 아이돌 그룹의 응원봉이 매물로 나와 있다
젊은층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최애(가장 좋아하는 스타)' 가수의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집회에서는 조용필 응원봉을 든 60대 여성이 소개되기도 했다.
자녀들이 구매한 응원봉을 빌려온 이들도 있었다. 김모씨(70)는 "지난 일요일에 집회에 왔는데 촛불을 든 사람은 나이 든 이들뿐이었다"며 "오늘 급하게 현장에서 불빛이 나는 응원봉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아내는 아이돌그룹 틴탑의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그는 "딸이 틴탑을 좋아하는데 몇 년 전 콘서트를 간다고 응원봉을 사놓은 게 있어 가져왔다"고 말했다.
응원봉은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로이터통신은 '케이팝 야광 응원봉이 한국의 탄핵 요구 시위에서 불타오르다'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응원봉이 기존 촛불을 대체한다며 설명하며 "비폭력과 연대의 상징"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도 "K-POP 응원봉이 윤석열 대통령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새롭게 생명을 얻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고 응원봉을 흔들면서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고 전했다.
4성 장군 출신으로 특수전사령관과 수도방위사령관의 양심고백을 이끌어내며 계엄군의 국회의사당 진입 배경을 밝혀내는데 큰 역할을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엑스 계정에 "저도 윤석열 탄핵 집회를 위해 알록달록 물들인 응원봉을 구매했다. 막내 비서관의 강요(?)로 함께 공동구매를 했다"며 가수 라이즈(RIZE)의 응원봉을 구매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번 주 토요일(14일) 응원봉을 들고 목이 터져라 '윤석열 탄핵'을 외쳐 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