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여권 영문 이름이 왜 이래?"

[지금한국선]

당국, 로마자표기법 어긋난다고 변경요청 거부
법원 "가이드라인일 뿐…다르게 표기해도 가능"

국어 로마자(영문) 표기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여권의 영문 이름 변경 요청을 거부한 당국의 조치는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최근 아동 A 양(5)의 부모가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A 양의 부모는 2023년 8월 딸의 첫 여권을 신청하면서 ‘태’를 영문 ‘TA’로 기재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는 국어 로마자표기법에 어긋난다며 ‘TAE’로 적힌 여권을 발급했다.
A 양 부모는 ‘TA’는 영어권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방식이라며 원래 신청했던 대로 다시 바꿔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A 양 부모는 “음역이 일치하는 이상 이를 로마자로 성명으로 표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청을 거부했다”며 같은 해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변경을 신청한 로마자 성명이 로마자 표기법과 다소 다르다고 해도 대한민국 여권에 대한 대외 신뢰도 확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거나 범죄 등에 이용할 것이 명백하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문체부가 고시한 ‘국어 로마자 표기법’은 어디까지나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며 “상식적으로도 ‘cap(캡)’, ‘nap(냅)’, ‘fan(팬)’ 등 모음 ‘A’를 ‘애’로 발음하는 단어를 무수히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고 여권에 대한 로마자 성명 변경을 허용한다고 해서 출입국 심사 및 관리의 어려움이 초래되는 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