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 주민 "누군가 문 두드려 도움 요청"…"범인 붙잡혀 천만다행"
"갑자기 아파트 위쪽에서 식탁이나 텔레비전(TV)이 부서지는 듯한 굉음이 들렸습니다. (나중에 보니) 총소리였던 것 같은데 한숨도 못 잤습니다."
21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단지.
사제 총기 살해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에 사는 40대 주민 A씨는 7살 쌍둥이를 유치원에서 등원시키면서도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A씨는 "(당시) 누가 문을 두드려 나가보니 아무도 없어서 문 앞에 설치해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했더니 한 여성이었다"며 "아마 총기 사건이 발생한 곳에 사는 분이 도움을 요청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에 범인이 붙잡히지 않았으면 연차를 쓰고 아이들을 유치원에도 안 보내려고 했다"며 "우리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사건이 발생한 해당 아파트 동 입구에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현장을 통제하며 취재진 접근을 막았다.
펜트하우스로 불리는 33층 아파트 꼭대기 층 현관문과 3대의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었다.
복도에는 여러 개의 택배와 피해자의 자녀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유모차가 있었다.
해당 층에는 각각 전용면적 195㎡ 규모의 2세대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에 사는 50대 주민은 "총소리가 여러 차례 들렸다"며 "사건 직후 두 시간 가까이 아파트 출입이 막혀 밖에서 불안에 떨었다"고 전했다.
500여 세대 규모로 이뤄진 해당 단지는 인근에 학원가와 학교가 밀집해 있어 어린아이 등 자녀를 둔 가정이 많이 살고 있다.
4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던 50대 주민은 "사제 총으로 가족을 죽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누굴 향해 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데 범인이 붙잡혀서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사건은 60대 B씨가 전날 오후 9시 31분께 아들인 30대 C씨에게 사제 총기를 발사하면서 벌어졌다.
사건 발생 직후인 전날 오후 11시 8분께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주민들에게 긴급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단지 내 위험한 상황이 벌어져 경찰특공대가 출동했다"며 "세대 내에서 절대 움직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위험인물이 단지 밖으로 나간 것으로 확인됐으나 다시 올 수도 있으니 집 밖으로 움직이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B씨는 파이프 형태로 된 사제 총기를 이용해 쇠구슬 여러 개가 들어있는 산탄 2발을 연달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탄은 내부에 여러 개의 조그만 탄환이 들어있어 발사 시 한꺼번에 다수 탄환이 발사되는 총알을 의미한다.
B씨가 쏜 산탄에 가슴 부위를 맞은 아들은 119구급대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범행 당일은 B씨의 생일로 아들이 잔치를 열었고 아들과 며느리, 손주 2명, 지인 등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이후 도주한 B씨는 이날 오전 0시 20분께 서울에서 긴급 체포된 뒤 인천으로 압송됐다.
경찰은 B씨를 체포한 뒤 그가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거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현장에 출동해 신나와 타이머 등 사제 폭발물을 제거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정불화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C씨의 어머니는 피부관리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로 B씨와 오래 전 이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hw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