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민권 시험 다시 어렵게 개정 추진…이민국 신임 국장 "너무 쉬운 단순 암기시험 고쳐야”

[뉴스인뉴스]

'10문제 중 6문제 맞히는' 현행 제도 개편
영어 읽기·쓰기·말하기 난이도 상향 조정

"미국을 이해하는 사람에게만 시민권 줘야"
이민 사회 "또하나의 불필요한 장벽" 반발

강경 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시민권 시험을 지금보더 더 어렵게 바꾸는 대대적인 개정 방침을 밝혔다.
미 이민국(USCIS) 조셉 에들로우 신임 국장은 지난 25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시민권 시험은 지나치게 쉬워 미국의 가치와 체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시험 전면 개편을 시사했다.
현행 시민권 시험은 시민학(civics)과 영어 능력(읽기, 쓰기, 말하기) 평가로 구성되며, 시민학 파트에서는 100개의 예상 질문 중 10개가 무작위로 출제되고 이 중 6개 이상 맞히면 통과할 수 있다. 질문은 미국의 역사, 헌법, 정부 구조 등 기본 상식을 다룬다.
그러나 에들로우 국장은 “이 시험은 외우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암기 시험이 되어버렸다”며 “시민권을 부여받는 이들이 미국 민주주의와 법치 시스템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민권 시험 제도의 취지에 제대로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시험 개편은 트럼프 1기 시절인 2020년에도 한차례 추진됐던 시민권 시험 강화 정책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USCIS는 질문 수를 100개에서 128개로 확대하고, 시험에서 20개 질문을 제시해 12개 이상을 맞혀야 합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21년 초 폐기되고 10개 문제 중 6개만 맞히면 되는 원래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에들로우 국장은 새로 바뀌게될 시민권 시험의 영어 능력 평가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밝혀지지 않았으나 시험 전반의 난이도를 끌어올린다는 이민당국의 방침에 따라 영어 읽기·쓰기·말하기 파트의 난이도가 일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시민권 시험 개편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이민정책 강화 기조의 일환으로 지난달 "미국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사람에게만 시민권을 줘야 한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와관련 이민자 커뮤니티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미 충분히 도전적인 시민권 취득 과정에 불필요한 장벽을 하나 더 만드는 셈”이라며,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자들에게는 더욱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시민권 시험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시민권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이민자가 늘어나 시민권 취득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결국 합법 이민자의 정치적·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USCIS는 새 시험안에 대한 시범 적용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개정된 시험을 공식 시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