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심사에서 퇴짜맞을라, 와서도 불시 단속 걸릴라"

[뉴스진단]

'ESTA' 소지 한국인 심사 강화 우려
<전자여행허가>
입국 거부 올 상반기만 106건 달해
"미국 체류기간에 불심 검문 공포도"

"어, 이러다가 한국 가족들 미국에 못 오는 거 아니겠지…"
이번 달 말 LA 방문을 앞둔 동생 부부의 미국 입국을 걱정하는 한인 김모씨의 한숨이 깊다. 항공권과 여행 패키지를 이미 예약해 결제를 마쳤지만 정작 김씨의 걱정은 동생 부부의 미국 입국에 있다. 전자여행허가(ESTA)의 제때 발급과 LA 도착 후 입국 심사 과정에서 행여 불상사가 발생할까 불안해서다. 김씨는 "ESTA발급이 혹시 지연되거나 거절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혹시 몰라서 입국 심사 때 불법 체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릫투어릮(tour)라고 꼭 말하라고 신신당부도 해놓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걱정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300여명의 한국 직원들이 체포, 구금된 여파에서 기인했다. 정부가 협상으로 11일 귀국 전세기를 탈 것으로 보이지만 한인들 사이에 미국 방문객에 대해 형성된 묘한 긴장감은 여전하다. 구금된 직원 상당수가 ESTA나 단기상용 비자인 B1을 소지하고 있어서다. 
한인들은 이번 사태로 앞으로 미국 이민당국이 한국인 대상 ESTA 심사를 강화할 거란 우려가 크다. ESTA를 불법·편법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의심이 커진 탓에 입국 심사 때 답변을 조금만 잘못해도 입국이 거절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ESTA 발급 후 미국 입국 거부 사례가 대폭 증가했다. 한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최근 3년간 ESTA 발급 뒤 미국 입국 거부 사례 건수는 올해 상반기 106건으로 2023년(119건), 2024년(129건) 한 해 총 건수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주미 공관 접수 건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미신고 건을 포함하면 미국 입국 거부 사례는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달 한국서 오는 친척들과 미 동부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홍모씨는 "문제 될 건 없지만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질 것 같아 다른 때에 비해 철저하게 준비하라고 친척들에게 당부했다"고 했다.
입국 심사를 통과한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요원이 무차별적으로 불법 체류자 단속을 할 수 있어서다. 연방대법원이 LA 등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진 ICE의 무작위 검문과 체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은 후부터다. 영어가 미숙한 한국 방문객이 ICE의 불심검문이라도 받게 되면 자칫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