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선]

작년 사상 최고 기록
104명은 숨진채 발견
"더이상 남의 일 아냐"

지난달 9일 전남 순천시에서 치매를 앓는 81세 할머니가 사라졌다. 늙은 아들이 텃밭을 매느라 잠깐 눈을 돌린 새였다. 할머니는 평소 무릎이 좋지 않아 지팡이를 가지고 다녔으나, 실종 당일은 그날따라 지팡이도 가져가지 않았다. 할머니는 이틀 뒤 서늘한 대나무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과 함께 살던 집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이었다.

작년 한 해 치매 환자 실종 신고가 사상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서고, 100명 이상이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경찰이 국회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 환자 실종 신고는 2013년 7983건에서 2015년 9046건, 2017년 1만308건으로 매년 증가해, 지난해 처음으로 1만명 선을 넘어섰다. 실종자 대부분은 몇 시간 안에 가족 품에 돌아갔지만, 작년 한 해 동안만 총 104명이 집에 돌아오지 못한 채 집 밖을 헤매다가 숨졌다. 변사하거나 자살한 이가 101명, 교통사고로 숨진 이가 3명이었다. 사나흘에 한 명꼴로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늘어날수록 치매 환자도 따라서 증가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치매 환자 실종이 더 이상 남의 집 일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 문제'가 되는 날이 곧 닥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