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불짜리 바나나 작품 먹어치운 행위예술가

미국

벽에 덕트 테이프로 붙여놓은 예술품
유명 조각가 작품, 실제론 1불도 안돼

한 행위예술가가 "배가 고프다"면서 약 1억4000만 원(12만 달러)짜리 예술작품인 바나나를 먹어치워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깜짝쇼' 주인공은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45) 씨. 다투나 씨는 이날 국제적인 미술장터인 아트바젤 마이애미 페로탕 갤러리에 전시돼 있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Comedian)’의 주요 소재였던 바나나를 먹어치웠다.

'코미디언'은 벽에 바나나 한 개를 공업용 덕트 테이프로 붙인 작품. 특히 재료인 바나나와 테이프는 인근 마이애미 마트에서 사온 평범한 것으로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가격이다. 이 바나나가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작가가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카텔란은 조각가이자 행위예술가로 풍자와 해학을 담은 도발적인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왔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아메리카'(America)라는 이름의 18K 황금으로 만든 79억원 짜리 황금 변기로 지나친 부(富)에 대한 조롱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 9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인 영국 블레넘궁에 전시됐다가 도난당해 또다시 화제에 올랐다.
예술품 딜러인 에마뉘엘 페로탕은 이번 바나나 작품에 대해 "세계 무역을 상징한다. 중의적인 의미를 갖는 고전적 유머 장치"라고 평한바 있다. 지난주 구매자 3명이 각각 12만~15만 달러를 지불하고 해당 작품을 구입했다. 그 중 갤러리에 전시돼 있던 한 작품의 바나나를 다투나 씨가 먹어 버린 것. 그는 바나나를 먹어치우고는 "아주 맛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로탕 갤러리 측은 몇 분 뒤 새 바나나를 다시 벽에 붙이면서 작품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바나나를 사용한 작품 특성상 언젠가 소재가 썩어버리기 때문에 구매자는 작품 자체가 아닌 정품 인증서와 바나나 교체 방법이 담긴 책자를 받기로 되어 있다고 갤러리 측은 설명했다. 갤러리 대변인인 루시엔 테라스는 마이애미헤럴드 인터뷰에서 "바나나는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 작품이 훼손된 게 아니다"라고 웃어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