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취소-연기에 관련 업자들도 '난감'

일부 업소들은 계약금 반환 둘러싸고 갈등

목사님 모시고 가족만 모여 조촐히 치르기도

"올 연말도 못믿어 아예 내년 봄 넘길 생각"

#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박모씨(27·LA)는 오는 6월 예정된 결혼식을 취소했다. 기존에 예약한 호텔 예식장 측에 날짜를 미루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호텔측은 비어있는 날짜 외엔 불가능 하다는 반응이다. 박씨는 "워낙 유명한 웨딩 베뉴인건 알고 있었지만 날짜도 마음대로 바꿀수 없고 요구사항도 많아서 포기했다"며 "미리 낸 디파짓은 돌려받지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고민끝에 박씨 커플은 혼인 신고를 먼저 하기로 했다. 박씨는 "결혼식이 미뤄져서 아쉽지만 모두에게 축복받으며 제대로 된 식을 올려야 하지 않겠냐"며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코로나19가 사라지면 그때가서 다시 결혼식을 계획해야 겠다"고 말했다.

# 김모씨(28·LA)는 지난 4월 계획한 결혼식을 12월로 연기했다. 김씨는 "다행히 예식장과 사진사, 꽃집, 드레스 샵 등을 비롯한 모든 웨딩 벤더들이 패널티 없이 날짜를 바꿔줬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 김씨 커플은 양가 부모님과 목사님만 초대해 동네 교회에서 예배 형식으로 조촐하게 식을 올렸다. 김씨는 "이미 신혼집도 마련했는데 따로 사는것도 아닌것 같아서 흰색 원피스와 정장을 입고 형식만 갖췄다"며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의 선택인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계획한 결혼식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한인들이 고충을 겪고있다.

'디바인 디데이'의 강제나 웨딩플래너는 "지난 3월부터 예정된 올해 모든 결혼식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고 말했다. 또 강 웨딩플래너는 "한 커플은 지난 4월 결혼식을 오는 7월로 연기했지만 이마저도 불안해서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는 별도로 최악의 경우지만"결혼식이 미뤄지자 갈등을 겪다가 결별한 커플들도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예정된 결혼식이 속속들이 취소되자 웨딩 벤더들은 손님들을 놓치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강 웨딩플래너는 "대부분의 웨딩 벤더들은 기존 계약조건을 유지하면서 패널티 없이 날짜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필요조건을 맞추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년 전부터 예약이 꽉차는 유명 베뉴에서 날짜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엔 오히려 베뉴 쪽의 요구사항이 까다로워 디파짓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의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웨딩드레스 전문업체인 '벨라웨딩'의 관계자는 "현재 안전하다고 여겼던 7~8월 결혼식이 연기되고 있다"며 "이제는 올해 연말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지 9월~11월 사이에 결혼을 계획했던 대다수의 커플들도 내년 5월 이후로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결혼식 날짜가 변경되면서 예비 신부가 골라놓은 드레스가 같은날 다른 신부와 겹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관계자는 "드레스를 구매했다면 상관이 없지만, 빌린 경우엔 날짜를 연기한 예비신부가 다른 드레스로 바꿔야 한다"며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찾지 못한 경우엔 미리 냈던 디파짓은 크레딧으로 사용하게된다"고 설명했다.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들은 웨딩 벤더들에게 이미 일정 금액을 디파짓 해 놓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혼식을 연기할 경우엔 디파짓을 크레딧으로 돌려받지만 캔슬할 경우엔 디파짓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 시기가 불투명한 만큼 섣불리 캔슬은 불가능 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웨딩업계 관련 종사자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것" 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