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상담소, 지난 3개월 총 164건 상담...50%가 우울증 및 불안장애 호소

<뉴스포커스>

코로나 대응 방식 놓고 '직장 내 직원간 이견'... 스트레스 급증
실직한 남편과 잦은 말다툼·자식들의 지나친 걱정 등도 한 요인

"우울증 및 불안장애로 자살 충동 수치 높아질 수 있어 주의해야"
성소영 박사, "사생활 간섭 최소화하고 명상 등 취미활동 개발해야"

LA한인타운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씨(29)는 최근 매니저 A씨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A씨는 직원 단체 카톡방에 주중은 물론 주말 밤에도 "다들 어디냐 절대 외식은 하지마라"고 잔소리를 하고 주일엔 "교회에 가지 말라"고 참견을 한다. 김씨가 교회 소모임에 다녀오거나 외식을 하면 "왜이렇게 이기적이냐 제발 조심좀 하자"며 다그친다. 또다른 직원이 할머니 생신 잔치에 간다고 하자 A씨는 "연세많은 할머니 생신잔치라니 제정신이냐"고 했다. 이에 해당 직원이 "다들 각자 조심하는데 너무 예민한 것 같다"고 하자 A씨는 도리어 "이런식으로 하면 같이 일 못한다"고 어깃장을 놨다. 이에 직원들은 "사사건건 간섭하고 스트레스를 주니 정말 못살겠다"며 "코로나 사태가 오늘 내일로 끝나는 것도 아닌데 안전수칙을 지키며 일상생활은 해야할 것 아니냐"고 하소연 했다. 하지만 A씨는 "남편이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서 접촉이 잦은 회사 직원과 가족들에게 더욱 신경이 쓰이는건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각자 다른 코로나19 대응 방식이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면서 사람들의 정신건강과 인간관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버뱅크에 거주하는 박모씨(35)는 요즘 삶의 낙이없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불안한데 최근 실직해 집에만 있는 남편과 하루가 멀다하고 다투기만 한다. 가족과 친구들이 만나자고 종종 연락이 오지만 감염 두려움에 매번 거절하기가 미안해 답장도 잘 안한다. 그는 "사람도 못만나고 갈곳도 없이 이대로 평생 살아야 할까봐 우울하다"고 했다.

글렌데일의 최모씨(63)는 코로나19보다 자식들 잔소리가 더 무섭다. 딸은 시시때때로 최씨에게 전화해 마스크를 쓰는지 세정제는 잘 쓰고 있는지 확인을 한다. 최씨는 "주말에 함께 산책할 때 마스크를 잠깐 코 밑까지 내리거나 휴대폰이나 차키를 잠시 밖에 꺼내두면 위험하다고 딸이 난리를 친다"며 "유일한 낙으로 이웃집 부부와 식사를 하면 아무도 만나지 말고 마켓도 가지 말라하니 너무 힘들다. 요즘 딸과의 대화가 부쩍 줄고 짜증만 느는것 같다"고 했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정신이 건강하던 사람들도 평소 짜증과 우울증세가 심해지는 현상을 겪고 있다.

LA한인가정상담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울증과 불안장애 관련 상담이 급증했다. 코로나 행정명령 시행 이후인 4월과 5월 각각 42건, 48건을 기록한 전체 상담건수는 지난 6월 74건으로 큰 증가세를 보였다. 7월 20일 현재 상담건수는 총 68건으로 집계됐고 상담 대기자수는 51명에 달한다. 박제인 케이스 매니저는 "현재 전체 상담사례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과 불안장애인데 증상이 지속되면 자살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부부상담은 지난 5월 이후로 2배 이상 증가하면서 가족 상담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그 어느때보다 예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성 박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재 마주하고 있는 건강과 재정상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결국 화와 분노로 표출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람간의 충돌"이라고 설명했다. 또 "불안감이 극대화 되면서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하게 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특히 가족과 직장 동료 간에 거리를 두고 명상이나 취미활동 등을 통해 스스로 안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