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겨냥 美 증오범죄 2.5배 급증, '코로나19 원흉' 중국에 대한 반감 확산
뉴스분석

무차별 폭력에 살해위협까지 날로 악화
LA서도 비일비재, 덩달아 한인 피해 증가

미국인 여성인 캐런 인먼(39)은 지난달 13일 북가주 샌호세 인근 마인틴뷰 시내의 한 상점에서 식료품과 의류를 훔쳤다. 아시아계 상점 주인에게는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비슷한 시기 인먼은 식당에서 아시아계를 포함한 손님 2명에게 침을 뱉고 인종차별 발언을 하기도 했다.

6일 CBS방송은 마운틴뷰 경찰이 두 건의 아시아계 겨냥 증오 범죄 혐의로 전날 인먼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이 마운틴뷰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미 전역에서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가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폭력과 살해위협 등 과격한 범행이 잇따라 한인 등 아시아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LA타임스와 CNN방송 등이 인용한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나디노 분교의 증오ㆍ과격주의 연구센터 집계에 따르면 16개 미 주요 도시에서 지난해 아시아계 미국인을 상대로 가해진 증오 범죄 사건 수(122건)는 2019년(49건)의 2.5배였다. 16개 가운데 15개 도시에서 건수가 늘었고, 특히 뉴욕에서는 2019년 3건에 불과하던 해당 범죄가 지난해에는 10배에 가까운 28건으로 급증했다.

미국의 소수집단 대상 전체 증오 범죄 수치가 해당 기간 1,845건에서 1,717건으로 7% 줄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아시아계 대상 범죄 증가는 도드라지는 현상이다.

지난 2일 LA경찰위원회가 발표한 LA 지역내 지난해(2020년) 아시안 증오범죄 통계를 보면15건의 아시안 증오범죄가 신고됐다. 그 전해인 2019년의 7건에 비하면 2배 이상 114%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아시안 증오범죄 증가 배경은 바로 코로나19 유행이다.

중국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가 지난해 초부터 전 세계로 퍼져 나가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등 아시아계 주민 차별을 부추길 만한 언사를 반복했다. 여기에 성장을 거듭하며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을 보며 축적된 우려와 반감이 포개졌다는 게 센터의 분석이다. 센터는 "3, 4월에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계에 대한 반감이 아시아계 전체에 대한 혐오로 퍼지면서 한인 피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스톱 AAPI 헤이트'에 따르면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 가운데 15.1%가 한국계의 피해 사례였다. 보고서에는 프리웨이를 가던 중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잠시 편의점에 들렀다가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쫓겨난 71세 한인 남성의 사례도 적혀 있다. 또 지난달 25일엔 LA한인타운 한복판에서 20대의 한인 2세 남성이 라틴계 남성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살해 위협까지 받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가 사라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