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증오범죄 확산 공포…너도나도 '호신용 무기' 관심

뉴스포커스

산책, 마켓 등 가기도 무서워 '최후의 수단'
자기방어용 테이저건, 스턴건 등 판매 급증
"심적 나름 든든, 위급시 사용방법 익혀둬야"

#LA인근 아파트에 사는 김모씨(62)는 최근 호신용 페퍼 스프레이(후추 분사기)를 구입했다. 매일 새벽 6시쯤 아내와 함께 약 30분간 동네 한바퀴를 돌며 산책을 해온 김씨는 최근 아시안 증오범죄 사건이 미 전국적으로 잇따르자 집밖을 나서기가 무섭다. 해서 얼마전 아들에게 부탁해 주문했던 페퍼 스프레이 2개를 손에 쥐게됐다. 김씨는 "막상 닥치면 뭐라도 손에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큰 도움이 될지는 알 수없지만 심적으로 없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 인근 노인아파트 거주 한인 노인 10여명은 최근 한자리에 모여 단체로 호신용 테이저건이나 스턴건을 구입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라도 아시안 증오범죄의 표적이 될 수있기 때문에 호신용 무기를 하나씩 소지하고 있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한 입주자는 "현재 아파트 매니저를 통해 어떤 종류가 좋을지,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사용법 등에 대해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해놓은 상태"라며 "아무리 경찰이 있다지만 최소한의 대비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호신용 무기를 소지하는 한인들이 많아졌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고 있는 인종혐오 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몸에 갖고 다니기 위한 것이다.

가능한 외출을 삼가고, 걸어다니는 대신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하루종일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집에 있자니 답답하고, 나가자니 위험한 상황이다. 특히 노년층과 여성들의 경우 폭력 범죄와 맞닥뜨렸을 경우 거의 일방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호신용 무기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미 주류사회에선 최근 코로나19와백인 경찰 과잉진압에 따른 흑인 시위 등의 이유가 겹쳐 호신용 무기 구입이 크게 늘어난 실정이다.

실제로 뉴욕 로체스터에 있는 호신용 물품상 '더그 버스터'의 매출은 전년에 비해 무려 500%나 뛰었다. 특히 손님중 대다수인 95%가 여성이었다. 또 스턴건 제조회사인 '엑손'사는 매출이 300% 급증했다.

호신용 무기는 페퍼 스프레이. 테이저건, 스턴건 등 외에도 호신용 개인 알람, LED 경보기, 삼단봉 등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가격도 10달러 짜리에서부터 수백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한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호신용 무기는 뭐니뭐니해도 페퍼 스프레이로 값이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한 이점이 있다.

세리토스에 사는 주부 진 김(59)씨는 "며칠전 미국 회사에 다니는 딸이 산책하거나, 마켓 다닐 때 위험시 사용하라며 아마존에서 페퍼 스프레이를 하나 주문해줬다"며 "갖고는 다니지만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호신용 무기는 말 그대로내게 위험이 닥쳤을 때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급시 사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터득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주에선 소지 합법
함부로 사용시 처벌

캘리포니아주에서 페퍼 스프레이 등 일반적인 호신용 물품은 누구나 구입, 소지, 사용이 가능하다. 테이저 건이나 스턴 건의 경우엔 범죄 전력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호신용 무기 사용이 합법이긴 하지만 정당방위가 아닌 상황, 예를 들면 화가 난다며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페퍼 스프레이일지라도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테이저건(Taser Gun)과 스턴건(Stun Gun)
둘다 비슷해 보이지만, 원리적으로는 좀 다르다. 스턴건은 단순히 전기를 지지는 통증으로 굴복시키는 반면에, 테이저는 통증도 통증이지만 중추신경의 전기 신호를 교란시켜서 동작도 확실하게 마비시켜버린다. 효과면에서도 철저하게 다르다. 테이저건의 경우 심할 경우 맞는 사람이 사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