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先 통합' 서두르자 비대위원들 "왜 하느냐?" 이견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박경준 이은정 기자 = 국민의힘이 4·7 재보선 승리 이후 새 지도체제 정비 과정에서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차기 당권과 야권 통합 문제를 놓고 당내 파열음이 터져 나오면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예견대로 '아사리판'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비대위 비공개회의에서는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거취가 도마 위에 올랐다.

회의에서는 "합당이 비대위에서 논의된 적 없다"(김현아), "합당의 당위성이 뭔가"(김재섭)라는 문제 제기부터 "거취부터 결정하라"(김병민)는 압박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원들은 주 대표대행이 당권을 거머쥐기 위해 통합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의구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실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상대로 통합 논의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데도 마치 조만간 극적 타결에 이를 것처럼 포장하며 거취 결단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 12일 재선 모임, 14일 4선 이상 중진 모임과 초선 모임에서 일제히 주 대표대행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과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더구나 주 대표대행이 다음 주 가까스로 국민의당과 통합 합의에 이르더라도, 당 최고 의결기구인 비대위가 순순히 의결해줄지 미지수다.

주 대표대행은 신설 합당에, 비대위원들은 안 대표의 개별 입당에 기울면서 통합 구상에 큰 시각차를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한 비대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그만"이라며 "신설 합당까지 하면서 통합할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주 대표대행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에 오는 23일까지로 예정된 당내 여론 수렴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는 '선(先) 통합' 성과를 챙기고 신속하게 전당대회 준비 체제로 전환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원내 관계자는 "주 대표대행이 다음 주 월요일(19일)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주변에 얘기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16일 대구를 시작으로 23일까지 충북, 대전, 광주,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을 순회하며 당원들과 만나는 일정을 지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16일 의원총회와 19일 전국 시도당위원장 회의를 거친 후에도 통합에 대한 '당론'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한 조경태 의원은 이날 전·현직 의원 모임인 '마포포럼' 강연에서 "어제 안 대표와 통화했는데, 주 대표대행 얘기와 달랐다. 주 대표대행이 자꾸 시간을 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주 대표대행이 전대 출마를 위해 물러나더라도 국민의힘 내부 혼란은 당장 봉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령탑 부재로 오히려 혼란이 더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두 달은 저 모양일 것"이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 대표를 노리는 주자들의 뒷작업이 판치고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의 '아사리판' 발언이 선견지명이 돼가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