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정 백신' 손에 쥔 미국의 백신 지원국 줄세우기

뉴스분석

철저하게 국익, 글로발 전략 따라 조절
개발도상국 백신 지원 中 움직임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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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멕시코 등 최우선 순위 꼽아
일본·인도·호주 등 안보협의국도 혜택

세계 각국의 코로나 백신 확보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백신 대국' 미국이 풍부한 백신 물량과 원천 기술을 무기로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줄 세우기에 나섰다.

미국의 '백신 외교'는 국제사회 리더십을 회복하는 동시에 중국이 자국 백신을 개발도상국 등에 지원하며 영향력 확대에 나선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말까지 전 세계 10억 회분 생산을 목표로 인접국(캐나다·멕시코 등 중미)→쿼드 3개국(일본·인도·호주)→동맹국→전 세계 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것으로 보여 한국은 백신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고 넘치는 생산량
미국 국익이나 글로벌 전략에 따라 나라별로 백신을 지원하는 우선순위와 물량을 조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내 백신 접종이 2억회분을 돌파했다"며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백신 중 일부를 어떻게 활용할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해외에 백신을 지원할 경우, 가장 먼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북미와 중미 등 인접국이다. 미국의 최대 시장이자, 이민 정책 등에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인 캐나다와 멕시코 등 중미를 백신 지원 대상 일순위로 꼽은 것이다.
최근 정상 간 화상회의 등을 열면서 강하게 결속하고 있는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 국가들도 백신 지원 리스트 상단에 자리할 전망이다. 쿼드는 중국 포위 전략을 펼치는 미국의 안보 정책에서 핵심축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미국은 20일 쿼드 백신 전문가 회의를 주재했다"면서 "2022년 말까지 전 세계에서 최소 10억회분의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백신 접종을 강화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주로 AZ백신으로 지원
미국은 백신 생산 측면에서 '초강대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얀센·아스트라제네카(AZ) 등 5종류의 주요 백신 중 AZ만 영국 백신이고 화이자 등 4종은 미국 백신이다. 특히, 혈전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안전성과 효능이 뛰어나 '명품'으로 꼽히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생산과 공급이 미국 손아귀에 있다.
이날 현재 2억회분의 접종이 이뤄진 미국은 오는 6월쯤이면 3억회분의 접종 물량이 남아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어떤 백신을 해외에 제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내 접종이 대부분 화이자와 모더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AZ 백신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70년 혈맹국인
한국은 밀렸다

바이든 정부의 백신 해외 지원에서 70년 혈맹인 한국은 '2류 동맹' 취급을 받으며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 논의 사실을 공개하고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놨으나 사실상 빠른 시일내에 지원받기는 힘들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음 달 하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백신 협력을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