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장으로 장례 시작…발자취 담은 등산장비 제단에 안치

1등급 체육훈장 추서, 귀국한 원정대는 2주 격리로 조문 못 해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당신의 도전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장애인 최초로 세계 7대륙 최고봉과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김홍빈(57) 대장을 기리는 추모객이 4일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영정 앞에 섰다.

김홍빈 대장 분향소가 마련된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1층 현관에서는 고인의 업적을 추모하는 장례 절차가 이날 산악인장으로 시작됐다.

김 대장과 오랜 추억을 함께 쌓은 지역 산악인이 가장 먼저 분향소를 찾아 예를 올렸다.

푸른 신록을 배경으로 환한 미소를 머금은 영정 속 김 대장은 추모객이 기억하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다.

국화가 놓인 제단 주변에는 김 대장이 평소 사용한 등산 장비가 유품을 대신해 안치됐다.

열 손가락이 없는 김 대장을 위해 제작된 얼음벽 등반용품, 혹한을 견디게 해준 방한화 등이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고인의 발자취를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 각계 인사와 단체가 보낸 추모 화환은 분향소 한편을 빼곡히 채웠다.

시민 추모객은 향을 피우고 국화를 바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 대장을 떠나보낼 준비를 못 한 유가족이 고인의 생전 모습을 띄운 전광판을 어루만지며 오열하자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한 추모객은 "김 대장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했다"며 "개인의 목표 달성을 넘어 세상에 뜻깊은 선물을 남긴 그는 영웅이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서는 김 대장에게 수여된 체육훈장 '청룡장'(1등급) 추서식이 거행됐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분향소를 찾아 영정 앞 제단에 청룡장을 모셨다.

황 장관은 추서식을 거행하고 나서 유가족을 위로하며 "김 대장의 치열한 삶과 끝없는 도전정신은 영원히 커다란 희망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발자취를 남기는 데 유가족과 준비위원회가 기념관 설립 등을 노력할 텐데 정부도 적극적으로 그분의 업적을 보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브로드피크 원정에 참여한 광주 출신 대원 3명은 전날 늦은 오후 귀국했으나 김 대장의 장례에는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이 머문 파키스탄이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코로나19 위험 국가'로 지정돼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2주간 의무 격리해야 한다.

김 대장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절차인 영결식은 오는 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유가족, 동료 산악인 등이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배웅할 예정이다.

장지인 무등산 문빈정사 납골당에는 추모식에 앞서 김 대장의 영정과 유품인 등산 장비가 안치돼 사십구재가 치러지고 있다.

김 대장은 지난달 18일 오후 4시 58분(현지 시각)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브로드피크(8천74m)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던 도중 해발 7천900m 부근에서 조난 사고를 당했다.

김 대장은 조난 상태에서 다음날 오전 러시아 구조팀에 의해 발견된 후 주마(등강기)를 이용해 올라가다가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