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100명 이상 탄 항공기, 타지크에 비상착륙

우즈벡 영공 진입한 아프간 군용기 격추당하기도

(이스탄불·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승욱 김형우 특파원 = 이슬람 무장 조직인 탈레반이 최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보복을 받을까 두려워한 아프간 정부 소속 군인 등이 인접한 중앙아시아 국가로 도주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7일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타지키스탄 외무부는 전날 "아프간 군인들이 탄 비행기로부터 SOS 신호를 받은 뒤 국제 의무에 따라 보흐타르 공항에 착륙하는 것을 허용했다"면서 "100명 이상의 아프간 군인이 내렸다"고 밝혔다.

보흐타르 공항은 아프간 접경인 타지키스탄 남서부 하틀론주(州)에 있다.

외무부는 이어 18대의 아프간 항공기가 타지키스탄에 착륙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지금까지 2대 만이 타지키스탄에 왔다고 전했다.

외무부는 그러나 다른 1대의 항공기가 언제 왔는지, 탑승객이 누구인지 등에는 언급하지 않았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앞서 아프간 민영TV '톨로뉴스'(TOLO News)는 16일 탈레반 부대가 전날 저녁 카불에 진입했을 당시 18대의 아프간 여객기가 카불에서 타지키스탄으로 떠났고, 또 다른 28대는 우즈베키스탄 남부 테르메스 공항으로 운항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대부분의 승객은 아프간 공항 직원과 항공 분야 종사자들이라고 전했다.

우즈베키스탄 국방부는 16일 성명을 내고 "전날 밤늦게 우즈베키스탄 영공으로 진입한 아프간 군용기 한 대가 방공부대에 격추돼 추락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아프간 군용기가 추락한 지점은 우즈베키스탄 최남단 수르콘다료(수르한다리야) 지역의 아프간 접경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흐롬 줄피코로프 국방부 대변인은 "방공부대는 아프간 군용기가 우리 영공으로 불법적으로 진입하려는 시도를 저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군용기 기종과 조종사 생존 여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AFP 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아프간 군복을 입은 환자 2명이 수르콘다료 병원에 입원했으며, 그중 1명은 낙하산을 매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자 보복을 두려워한 아프간 정부군 조종사가 군용기를 이용해 우즈베키스탄으로 탈출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당국은 국경을 넘은 아프간 정부군이 체포됐다고 지난 15일 밝혔었다.

우즈베키스탄 외무부는 "14일 아프간 정부군 84명이 국경을 넘어와 국경경비대에 체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외무부는 이들에게 적절한 의료 지원과 음식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자국을 탈출하려는 아프간 시민들이 수르한다리야주 테르메스 지역과 아프간 하이라탄을 잇는 양국 우호의 다리에 몰려들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우즈베키스탄은 국경 경비를 강화한 상태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한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해 이슬람 극단주의가 발호할 경우 그 여파가 고스란히 자국에 미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는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러시아와 함께 아프간 국경 인근에서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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