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중부 바미안주서 자행…과거 대형 석불 파괴한 지역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포용적 태도를 보이겠다고 공식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과거에 적으로 싸웠던 반대파 지도자의 석상부터 파괴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인도 ANI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중부 바미안주에 있던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이 탈레반에 의해 파괴됐고 관련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구체적인 파괴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미안주 등 중부 지역은 탈레반에 거의 마지막에 점령당한 지역이라 촬영 시점은 최근인 것으로 추정된다.

마자리는 1990년대 중반 당시 한창 세력을 확장하던 탈레반에 맞서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후 그를 기리는 동상이 고향에 세워졌지만, 탈레반이 이를 다시 부순 것이다.

마자리가 몸담은 하자라족은 아프간에서 인구가 3번째(9%)로 많지만, 아프간 주통치 세력인 파슈툰족(42%)에 의해 줄곧 탄압받아왔다.

이슬람 수니파 계열인 파슈툰족 등 다른 종족과 달리 하자라족은 시아파였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세력 기반은 파슈툰족이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 하자라족을 대규모로 학살했고 고향에서 내쫓기도 했다. 수만 명이 산중 은신처로 쫓겨갔다.

탈레반은 특히 2001년 초에는 바미안주에서 1천5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석불 2기를 철저히 파괴해버렸다.

이같은 탄압에 맞서 하자라족은 타지크, 우즈베크족 등과 함께 반(反)탈레반 북부 동맹을 결성, 2001년 미국과 함께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한편, 탈레반은 지난 15일 카불 등 전국을 완전히 장악한 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정부도 개방적으로 구성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여성 인권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탈레반 지도부의 약속이 말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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