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쫓겨 국외 도피 가니 대통령 UAE 체류 확인,  SNS 영상 메시지 '공개 변명' 

[아프가니스탄]

"거액 현금 소지 주장은 근거없는 거짓말
유혈사태 막기위해 탈출 결심…귀국 논의"
국내선 "나라 팔아먹어, 신이 징벌" 맹비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에 쫓겨 국외로 달아났던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간 대통령이 도피 당시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가니 대통령은 18일 SNS를 통해 공개한 대국민 연설 영상 메시지에서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카불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현재 UAE에 있다"고 말했다.

영상 속 가니 대통령은 흰색 셔츠와 검은색 조끼를 착용했다. 그의 등 뒤에는 아프가니스탄 국기가 놓여있었다.

약 9분 길이의 영상에서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준비한 원고를 읽었다.

가니는 "(지난 15일) 대통령궁에 있을 때 보안 요원으로부터 탈레반이 카불까지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탈레반은 카불을 점령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그가 아프간을 떠날 때 거액의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주장이며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의 정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귀국을 논의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현재 카타르에서 진행 중인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의 협상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UAE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가니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 일행을 맞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가니 전 대통령은 아프간 안팎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비스밀라 모하마디 아프가니스탄 국방장관 권한대행은 트위터를 통해 "가니 대통령 일행은 우리의 손을 묶고 놓고 국가를 팔아먹었다"고 비판했다. 가니의 라이벌인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 최고위원회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수도를 버린 가니에 대해 신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탈레반이 카불마저 포위하고 진입하려 하자 지난 15일 부인 및 참모진과 함께 국외로 급히 도피했다.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는 스푸트니크 통신에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는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을 (탈출용) 헬기에 실으려 했는데 모두 들어가지 않아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때 가니 전 대통령이 챙긴 현금이 2천억 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모하마드 자히르 아그바르 주타지키스탄 아프간 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가니가 도피할 당시 1억6천900만 달러(약 1천978억 원)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가니 대통령은 아직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없지만, 아프간 정부 이인자인 암룰라 살레 제1 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가니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했다면서 자신이 합법적인 대통령 대행이라고 주장했다.

그 딸은…뉴욕서 호화생활?

유명 전시관에 작품 전시하고 교수 활동도
2015년 인터뷰 때 “아버지는 대단한 사람”

UAE로 도피한 가니 대통령의 딸이 미국에서 예술가와 영화제작자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가니 전 대통령의 딸 마리암 가니(42·사진)가 뉴욕 브루클린 소재 고급 주택에서 살며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영화 제작자로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마리암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인 지난 인스타그램에 "아프간에 남겨진 가족, 친구와 동료들을 생각하면 슬프고 두렵기도 하며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출생한 마리암은 아버지와 레바논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메릴랜드에서 쭉 자랐다. 즉 가족들이 모두 미국 시민권자다. 그녀는 뉴욕대학교와 비주얼아트대학교(SVA)에서 공부했고, 아버지가 2002년부터 아프간 정부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쯤 아티스트로서 경력을 쌓아나갔다. 이후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 미술관이나 구겐하임 미술관, 영국 테이트모던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에 전시됐다. 2018년에는 버몬트주 베닝턴대 교수진으로 합류했다. 마리암은 2015년 뉴욕타임스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대단하다(remarkable)'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