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퉁이 등에 새 공기 유입 안 돼 "최대 10배까지 더 길게 남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공중화장실의 비좁은 공간에는 공기 흐름이 멈춰있는 '사각지대'(dead zone)가 존재해 이를 없애는 것이 에어로졸(비말) 형태로 전파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제시됐다.

미국 물리학 관련 단체들의 연합체인 '미국물리학연구소'(AIP)에 따르면 봄베이 인도공과대학교(IITB)항공우주공학 교수 크리쉬넨두 신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중화장실 내 공기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AIP 학술지 '유체 물리학'(Physics of Fluid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화장실 내에서 만들어진 에어로졸이 공기 흐름이 막힌 사각지대에서 그렇지 않은 곳보다 최대 10배까지 더 길게 남아있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공기 흐름 사각지대는 귀퉁이나 세면기 주변 등에 주로 형성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공중에 떠다니다 호흡 등을 통해 인체에 침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기흐름 사각지대에 떠 있는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공중화장실은 많은 사람이 연이어 이용하는 곳이라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특히 더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신하 교수는 "놀랍게도 문이나 창문 근처 또는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바로 곁 등에 공기흐름 사각지대가 형성될 수 있다"면서 "이런 곳이 안전지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비베크 쿠마르 박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공기가 소용돌이처럼 휘도는 흐름을 보여줬다"면서 "공기가 실내의 모든 부분에 닿으며 신선한 공기로 교체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사각지대에서는 공기가 재순환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 환기시설은 '시간당 공기변화('ACH)를 기준으로 설계되는데, 신선한 공기가 실내 모든 곳에 동일하게 도달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진행한다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현장 실험을 통해 이런 공기 순환이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각지대에서는 ACH가 10분의 1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바이러스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환기시스템을 설계하려면 실내 공기 순환을 토대로 (공기 통로인) 덕트와 팬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덕트에 불어넣는 공기의 양을 무조건 늘리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