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바이러스 온상…의료진 백신 의무접종 필요성 보여줘"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영국에서 다른 질환으로 병원에 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이들이 1만 명을 넘어섰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영국 의료계 종사자들의 백신 접종을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영국 의료진은 겨울철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정보공개법을 활용해 영국 내 2차 진료 기관들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병원 내 감염 및 사망 통계를 뽑았다.

이에 따르면 병원에서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의심돼 검진 후 양성 판정을 받은 이들 중 1만1천 668명이 사망했다.

이는 병원에서 숨진 코로나 환자 8명 중 1명 꼴이다.

버밍엄대학병원의 경우에는 병실에서 코로나에 걸려 사망한 이들이 484명에 이르고, 다른 병원에서도 코로나로 사망한 환자의 약 3분의 1이 병원 내 감염이었다.

이 통계는 병원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온상이 됐으며 영국 보건 당국이 병원 내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영국 의회 내 초당파 조직인 보건복지위원회의 보수당 대표인 제레미 헌트 의원은 "충격적이다. 병원 내 코로나 감염은 조용히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 무기"라며 "일선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계 종사자들에 대한 강제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바버라 킬리 노동당 의원은 "자신을 죽게 만들 병에 걸릴 걸 예상하고 병원에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 보건 당국은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약 1만2천 명의 가족들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그 사례들을 정밀히 조사해야 한다"며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의료계는 병원에서 코로나에 감염됐거나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4만229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 통계는 '추정'과 '확인'으로 나뉜다. 영국 보건복지부는 입원한 환자들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 입원한 지 8일에서 14일 사이면 '추정'으로, 입원한 지 14일 이후면 '확인'으로 분류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의료계 종사자들이 내년 봄까지 의무적으로 백신을 맞도록 하는 새로운 방침을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