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7만명에 개 3만마리, 사람 6명 당 1마리 꼴
동물보호주의자들 몰려들면서 통제 불능 상태로

[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만해도 관광명소로 손꼽히던 괌이 유기견의 천국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북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괌은 본토의 미국인뿐 아니라 구매력을 갖춘 한국 등 동북아 3국 관광객이 사시사철 문전성시를 이루던 유명 관광지다. 그러나 인구 17만여명인 괌이 지금은 관광객 대신 3만 마리의 유기견이 점령한 섬으로 바뀌고 있다.

대규모 미군기지가 있는 이 섬에서 유기견 무리가 문제를 일으킨 건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토에서 이주한 주민들과 미군 가족들이 키우던 개들이 일부 버려졌고 자연번식을 통해 급속히 개체수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주택이나 건물을 침입하고 인간을 공격한 개들은 사살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괌 자치정부에는 유기견 대책반이 활발하게 활동하기도 해 유기견은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개체수가 억제됐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전세계 동물보호주의자들이 괌으로 몰려들면서 유기견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아무리 개가 문제를 일으킨다 해도 사살하거나 포획해 보호소에 가뒀다 안락사 시켜선 안된다”며 동물권을 주장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유기견 대책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다.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자 유기견 개체수는 3만 마리까지 증가해 현재 괌에는 사람 6명 당 1마리의 유기견이 있을 정도가 됐다. 야생화된 대형 유기견 수백마리가 괌 공항 인근 폐쇄 건물을 점령한 뒤 주변 민가와 건물, 농장 등을 닥치는대로 공격하는 영상이 SNS에 올라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제 괌에서는 유명 호텔과 리조트에서도 유기견 떼가 출몰하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회사원과 학생을 물고, 주택 안까지 침입해 거주자와 다른 반려동물을 공격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자치정부는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신문은 “현재 자치정부 대책반에서 일하는 인원은 딱 한 명”이라며 “유기견 포획조차 반대하는 강경한 동물보호주의자들의 목소리에 주민들의 생활권이 침해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