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대북 추가제재에 중·러 협력자 제재 가능성까지 시사

'독자 제재 효과없다' 평가도…유엔제재는 중·러 비협조에 먹구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인해 취임 1년여 만에 북한 비핵화라는 오랜 난제에 정면으로 직면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대외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북한까지 해결대상 리스트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과제에 명단을 추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점점 대담해지며, 바이든의 외교정책 어젠다에 자신의 방식을 터뜨리고 있다"면서 "바이든의 미결 서류함에 북한 미사일이 도착했다"고 평가했다.

작년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4월 말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선언하고 외교와 대화 기조를 앞세워 북한에 호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의 적대시 정책 선(先) 철회를 내세운 북한이 응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은 3년 가까이 교착상태에 있다.

문제는 북한이 올해 들어 벌써 7번의 미사일 시험을 하며 대미 압박 행보를 본격화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 모라토리엄(유예) 철회를 경고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검수사격까지 했다. 2017년 11월 ICBM급인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도발이었다.

이와 맞물려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별다른 해법 없이 북한 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버렸다고 지적하는 등 미 언론에서도 대북 정책 비판론이 조금씩 나온다.

주목할 부분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화와 외교 기조를 유지하긴 하지만 대북 압박을 염두에 둔 발언 역시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가 외교적 방법을 모색하더라도 북한에 책임을 묻기 위한 다른 조처들로도 나아가고 있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원하는 단체와 개인들이 있다"며 "우리는 이런 도전에 대해 유엔과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기존에도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했지만 '책임을 묻겠다'는 식의 직접적 발언까지 한 것은 최근래의 일이다.

이는 북한이 갈수록 도발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미국도 대북 압박에 나설 것임을 경고한 대목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12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인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기업 1곳을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렸다.

프라이스 대변인이 '북한을 지원하는 단체와 개인들이 있다'고 언급한 것은 북한에 협력하는 중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 인사와 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까지 검토한다는 말로도 들린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쓸 수 있는 제재 카드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라는 지적이 있다.

미국이 이미 북한의 무역, 금융 등 돈줄을 옥죌 만큼 옥죈 상태라 북한에 실질적으로 큰 타격을 줄 만한 실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대북 추가 제재의 문을 두드리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안보리 결의 채택을 위해서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중국·러시아의 협력이 쉽지 않다.

미국은 중국과는 경제, 안보 등 전방위에서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러시아와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관계가 급랭한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이 독자 제재한 북한인 5명을 안보리 제재 대상으로 올리려던 시도는 지난달 20일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사실상 수포가 됐다.

더욱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규정 위반 시 원상회복하는 조건인 가역(可逆) 조항을 전제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자는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할 정도로 해법을 놓고 미국과 큰 시각차를 보인다.

미국은 먼저 제재를 완화할 수는 없다면서 북한이 전제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 때처럼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전개를 통해 북한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북한의 반발 등 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선택지라는 평가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 대북 인도적 지원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했지만 북한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통상 3월 중 열린 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 역시 북미 관계를 시험할 풍향계가 될 수 있다. 다만 올해는 한국 대선(3월 9일)과 코로나19 상황 탓에 4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한미 간 협의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이런 여건을 고려하면 북한이 당분간 대미 도발 수위를 높여 북미 긴장 고조가 불가피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과정에서 대화의 공간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YT는 최근 기사에서 3월 한국 대선과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이 다가올수록 김정은 위원장이 도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CNN방송은 최근 기사에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까지 껴안을 경우 감당 수위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장 문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하거나 협상의 문을 더 넓게 열어두게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