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텃밭 장악한 공화 영킨측, 고교생 비판 조롱

인종주의 논쟁 중심지…민주 "미성년자 괴롭히기" 비난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측의 트위터 공식 계정이 주지사 비판 게시물을 리트윗한 고등학생의 이름을 공개하며 공격한 것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7일 미국매체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고등학생인 이선 린(17)은 5일 현지매체 VPM이 공화당 소속 영킨 지사를 비판하는 보도를 리트윗했다.

해당 보도는 민주당 출신의 랠프 노덤, 테리 매콜리프 전임 지사 당시 주지사 관저에서 노예들의 역사를 강조했던 노력이 현 영킨 지사 체제에서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해당 기사는 이후 오류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보다 앞서 주지사 선거 당시 영킨 측의 공식 트위터 계정인 '팀 영킨'이 린을 공격하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문제가 커졌다.

게시물은 린의 이름을 언급하며 린이 지난 10월 민주당 모금행사에서 노덤 전 지사와 찍은 사진을 첨부했다.

이뿐만 아니라 2019년 논란이 됐던 노덤 전 지사의 대학 졸업앨범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이 사진은 KKK(큐 클럭스 클랜·백인 우월주의 결사) 복장을 한 사람과 흑인 분장을 한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는 린이 민주당과 관련 있으며, 민주당 소속 노덤 전 지사가 인종 차별 논란에 연루됐음을 암시하며 반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측은 이 게시물에 즉각 반발하며, 영킨 지사가 린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팀 영킨 측은 별다른 사과 없이 다음날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영킨 주지사의 선거 당시 대변인이었던 인사는 린을 '민주당 관리'라고 부르며, 그가 미성년자임을 뒤늦게 알고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 인사들이 트위터상에서 린을 홍보하면서 그가 공격대상이 됐다고 답했다. 민주당 소속 루이스 루카스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은 린에 대해 팔로우할 만한 '민주당 10대 지도자'로 치켜세운 바 있다.

루카스 의원은 "최악의 온라인 괴롭힘"이라고 비판했다.

린은 10살부터 민주당에 자원했고 현재는 방과 후 무급으로 모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인턴을 하고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경험으로 보상받았다"고 맞섰다.

린은 현지매체 인터뷰에서 "주지사 선거 계정이 미성년자를 공격했다"면서 "12시간 넘게 올라가 있던 게시물을 이제 삭제해놓고 사과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적발하라고 배우는데, 해당 트윗이 딱 들어맞는 사례"라고 쓴 트위터 게시물은 6일 오후까지 4만 개 이상의 '공감'을 얻었다고 WP는 덧붙였다.

작년 11월 치러진 버지니아주지사 선거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1년 만에 맞붙은 대리전으로 해석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자인 정치 신인 영킨은 민주당 텃밭인 버지니아에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됐다.

영킨 지사가 선거 기간 민주당 후보를 역전할 수 있게 해준 것은 교육 이슈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권리와 학교 이사회에 대한 학부모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영킨 주지사는 취임 직후 비판적 인종이론(CRT) 등 분열적인 개념 사용을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인종차별이 백인 주도의 사회·법체계 차원이 문제라는 가설로 보수진영은 여기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