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외업무 총괄 부사장 맡아 내달부터 출근…바이든 정부·정치권 선제적 대응 차원 풀이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의 친한파
3년간 주한 미 대사 지나며 각별한 애정
자녀 '세준' '세희' 한국 이름 지어주기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삼성전자 북미 대외협력팀장(부사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한파'로 알려진 리퍼트 전 대사를 스카웃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리퍼트 전 대사는 삼성전자에 합류해 다음달부터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트 전 대사는 지난해 물러난 데이비드 스틸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의 자리를 물려받는다. 리퍼트 전 대사의 직급은 부사장으로 정해졌으며 현재 최종 계약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리퍼트 전 대사를 영입한 것은 반도체를 포함해 전략물자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정치권과의 관계 강화가 절실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해 삼성을 포함한 세계 반도체 기업에 생산과 판매 등 영업기밀 제출을 압박한 데 이어 제재 대상인 중국 기업과의 거래까지 간섭하고 있다.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정부와 같은 민주당 출신이면서 친한파로 분류되는 리퍼트 전 대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관련 정보 제출로 곤욕을 치렀으며, 공급망 문제와 관련해서도 바이든 정부로부터 해결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또 지난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을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을 건설하기로 하는 등 현지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리퍼트 전 대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2014년 미 국방부 아·태 안보담당 차관보를 맡아 아시아 전역에 대한 미국 안보정책을 관장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국방장관 비서실장 등을 거치며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폭넓게 관여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4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다.
리퍼트 전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 재임 당시와 이후에도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나타낸 인물로 유명하다. 2015년 3월 강연회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얼굴 부상을 입었을 당시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한미동맹의 상징 구호인 "같이 갑시다"라고 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한 자녀에게 '세준' '세희'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줄 만큼 한국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