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마다 청소기 소리 ‘웽웽’, 새벽 집안 왔다갔다 지팡이 소리 ‘콕콕‘
[뉴스포커스]
코로나19 이후 집 머무르는 시간늘어 격화
KAC 중재센터 케이스 의뢰 30%이상 증가
분쟁 당사자끼리 타협 권장…해결 쉽지않아
“감정싸움, 보복 폭력 번지기 쉬워 주의해야”
#한인타운 내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씨(28)는 최근 윗층에 새로 이사온 주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있다.
김씨는 "윗집에서 매일 아침 7시만 되면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맘껏 늦잠도 못잔다"고 하소연했다.
식당에서 서빙일을 하고 있는 김씨는 밤 11시에 귀가해 늦은 저녁을 먹고 새벽에 잠이 든다. 그렇다 보니 김씨에게 아침 7시는 한밤중이다. 그는 "잠을 설치니 하루종일 피곤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일을 할 수 없어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매니저에게 한차례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침에 청소를 하지말라고 할 수없지 않느냐. 직접 사정을 얘기하고 부탁하라”는 대답이었다.
#지난달 타운 내 한 콘도에 입주한 박모씨(50)는 윗집에 사는 할아버지의 지팡이 소리 때문에 새벽마다 ‘강제 기상’이다. 새벽만 되면 어김없이 나는 '콩콩' 소리에 눈이 떠지는 것이다. 새벽 잠이 많지않은 할아버지가 여러차례 화장실을 다녀오고 이것저것 하느라 왔다갔다하면서 지팡이가 마루 바닥에 부딪치며 나는 소리 때문이다. 박씨가 직접 찾아가 부탁도 했으나 속수무책이다. 되레 "새벽에 화장실도 가지 말라는 것이냐“며 화를 내는 할아버지에 더 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집을 팔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타운내 꽤 오래된 아파트 1층에 사는 이모씨(62) 부부는 10년간 거주하면서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한달전 2층에 초등학생 형제 자녀를 둔 가정이 이사를 오면서 매우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애들이 시도때도 없이 뛰고 떠드는 소리에 견디기 힘든 지경이다.
직접 찾아가서 사정을 얘기했으나 애들 부모는 “미안하다. 좀 조심하겠다”는 인사치례만 할뿐 전혀 시정이 안되고 있다. 매니저도 방음이 안되는 오래된 아파트 탓만 할 뿐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그렇다고 요즘 아파트값이 비싼데 다른 아파트로 이사갈 수도 없는 이씨 부부는 이층 소음 때문에 괴롭기만하다.
이웃 간의 층간소음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에선 툭하면 연예인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심할 경우 이웃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져 보복 등 극한 대립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질 만큼 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된지 오래다.
한인사회에서도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온라인 수업 등으로 식구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 문제로 촉발된 이웃간의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사회 중재 조정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미연합회(KAC)에 따르면 한인은 물론 타인종 커뮤니티에서도 층간소음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보다 30%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AC의 유니스 송 사무국장은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 당사자 끼리 해결하거나, 건물주나 매니저등에게 문의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중재 과정이나 해결이 쉽지않다"며 "소음 완화를 위해 바닥을 카펫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렌트 미납자가 많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에드워드 정 민사법 변호사는 "대화로 푸는 것을 권장하거나 중재자를 통해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좋지만 해결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무엇보다 층간소음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따른 적절한 대응책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걷거나 뛰는 소음은 집 구조상의 문제로 관리회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불필요하게 음악을 크게 트는 경우 10시 이후엔 경찰에 신고하거나 매니저가 주민에게 벌금을 물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층간소음 문제는 자칫 당사자간의 감정문제로 번질 수 있고 잘못하면 보복성 폭력으로 번질 수 있는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 끝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소음 피해 증거를 제시하고 페널티 없이 남아있는 리스를 파기 하거나, 아파트내 다른 유닛으로 이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선
환경부가 정한 층간소음의 기준은 낮 43데시벨(dB), 밤에는 38dB 이상의 소리다. 조용한 주택가나 사무실에서 나는 소리 수준이다. 성인이 '쿵쿵' 걷거나 아이들이 뛰는 소리의 데시벨은 이보다 낮아 층간소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때문에 실생활 소음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환경부는 인정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