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고려인 전쟁 포화속 공포의 나날…거주자 8천여명 중 절반 정도 주변국으로 피란

[우크라이나 전쟁 진단]

고려인 협회'아사달'박 표트르 회장 도움 호소
대다수 한국 피신 원하지만 항공료등 엄두못내 
"역사적 조국인 한국이 고려인 동포 잊지 않기를"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은 다른 우크라이나 국민과 마찬가지로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군사적 행위가 잇따른 동부 지역 거주자가 겪는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우크라이나 고려인협회 '아사달'의 박 표트르(43) 회장은 18일 한국 언론과의 텔레그램 인터뷰에서 "많은 우크라이나 고려인이 돈을 벌러 한국에서 가 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남은 고령층 부모와 아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중동부 거점 도시인 드니프로에 사는 고려인 동포를 중심으로 2012년 결성된 '아사달'은 1700여 명의 고려인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우크라이나 고려인 단체 가운데 큰 규모에 속한다.

박 회장은 "전쟁 이전만 하더라도 8천여 명의 고려인이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접 국가로 빠져나가면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남아있는 이들 중 상당수가 가족이 있고 모국인 한국으로 가길 희망하지만, 먼 거리와 항공편 확보의 어려움 등 여러 이유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고령자나 아동, 여성만이라도 한국에 쉽게 입국할 수 있도록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해주길 바란다"며 "지금 고려인 동포 대다수가 비자 발급에 필요한 많은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의지할 곳 없는 고려인 동포를 위해 한국 정부가 체류 안정화나 귀화 등을 도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이 사는 드니프로 지역은 하루 한 차례씩 대피 명령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릴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이곳에 있는 민간 공항과 신발 공장이 여러 차례 미사일 공격을 받아 활주로가 파괴되고 건물이 붕괴했다.

그는 "피란길을 떠난 동포는 교통비나 식비, 숙소비 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이들이 상당수"라며 "본국에 남은 이들은 전쟁으로 집이 무너져 추위와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전했다.

이어 "18세부터 60세까지의 남성 대부분이 징집됐고, 이는 고려인도 마찬가지"라며 "이들이 떠나면서 보호가 필요한 여성과 아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분쟁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진 않지만 앞으로도 드니프로에서 버티고 있을 계획이다. 그는 "국내외 자원봉사 단체, 정부 기관과 협력해 고려인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에게도 생필품을 나눠주고 필요한 식량과 물을 지급하고 있다"며 "심리 상담과 임시 숙소 제공 등의 업무에도 힘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부디 역사적 조국인 한국이 우크라이나 고려인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고려인(高麗人)은 
구소련 붕괴 이후 독립 국가 연합의 국가들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의 국가에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우크라이나, 몰도바 등이 포함된다. 인구는 약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190여만명의 조선족의 4분의 1 정도이다. 

"교착 상태…앞으로 2주가 관건"
우크라 초기 선방
러시아 공격 배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승패를 가리기 힘든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고 향후 2주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서방 군사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온다.
2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4개 방향에서 우라이나 진격을 시작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해방군으로 환영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장기전에 준비돼 있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러시아군은 북부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빠르게 점령하고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하리코프)를 장악하는 것 등을 목표로 했지만,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한채 하루에 1천 명가량 사망 하거나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19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초기 공격을 물리쳤다"며 이번 충돌이 이제 교착 상태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은 "다가오는 2주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모든 징후는 러시아가 공격을 늦추기보다는 배가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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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린스키 "회담" 
         vs 
푸틴 "아직 아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화를 촉구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아직 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의향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측근 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정상 회담이 열릴 수 있는 수준에 아직 충분히 가깝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