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한 어린 징집병, 최소 25명…푸틴 탓 애꿎은 목숨 희생되는 전쟁현실 상징"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 공수부대원 다비트 아루튠얀은 지난달 7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중 사망했다.

생일을 하루 앞두고 숨진 그는 2003년생으로, 지난달 31일까지 확인된 가장 어린 러시아군 전사자다.

그의 죽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공 결정으로 애꿎은 징집병이 희생당하는 전쟁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실제로 아루튠얀과 같이 군과 무관한 일상을 살다가 갑자기 징집돼 부실한 훈련을 받은 끝에 숨진 10대 병사들의 소식이 최근 이어진다.

또 다른 전사자 아나톨리 톨슈노프(19)는 징집되기 전에 용접 교육을 받고 있었고, 알렉세이 마르티노프(19)는 시베리아 도시 울란우데의 대학생이었다.

징집된 후 계약제 군인으로 전환됐던 일리야 쿠비크(18)와 쿠신바이 마샤리포프(19)도 모두 교전 중 사망해 고향 땅에 묻혔다.

이들과 같은 10대 전사자는 공식적으로 25명으로 파악되나 실제 수는 그보다 많을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군이 추후 13만4천500명에 달하는 인원을 징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10대 전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전쟁을 결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한 2000년 이후 태어난 이들이다.

이를 두고 더타임스는 "푸틴 치하에서 태어나 푸틴을 위해 죽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최근 전투를 거부하는 러시아 장병들의 사례도 속속 전해진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도 러시아 소대 지휘관 2명이 교전 명령을 거부하다가 군을 떠났다며 러시아군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영국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 제러미 플레밍 국장도 러시아군 내부에서 명령을 거부하고 군수품을 일부러 파괴하기까지 한 정황을 입수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앞서 징집병은 전투 지역에 파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다가 지난달 9일에야 일부 징집병이 전장에 나섰던 사례가 파악됐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 징집병은 4개월 동안 기초훈련만 받으며, 대통령령에 따라 러시아 국경밖에서 활동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이런 징집병 다수가 계약제 군인으로 전환하라는 회유나 강제에 줄곧 처해 왔으며, 이들 상당수는 실제 전쟁이 아니라 군사 훈련에 참여하는 줄 알고 있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의 군인 권리 옹호 단체인 '러시아 군인 어머니 위원회'의 발렌티나 멜리니코바(76) 사무국장은 "징집병들은 '여기 펜과 종이가 있으니 계약제 군인으로 전환하고 싶다고 쓰라'는 말을 듣는다"면서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전부 어딘가 전장으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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