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고소내용 사실관계 가릴 필요성 인정"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여러 차례에 걸쳐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미국 할리우드 배우 케빈 스페이시(62)가 영국 형사 법정에 서게 된 데 이어 미국 뉴욕에서도 민사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배우 앤서니 랩(50)이 '14살 때인 1986년에 스페이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재판 없이 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스페이시 측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맨해튼 연방법원 루이스 카플란 판사는 "스페이시가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범행했다는 랩의 주장은 기초 사실을 따져볼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카플란 판사는 랩이 스페이시로부터 폭행 피해도 봤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시효가 완성됐다는 점을 들어 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 같은 연방법원의 결정에 대해 논평을 해 달라는 요청에 스페이시의 법률 대리인은 즉각 응하지 않았다. 앞서 스페이시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랩이 소장에서 주장한 내용을 단호하게 부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랩 측의 법률 대리인인 피터 사기르 변호사도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스페이시는 영화 아메리칸 뷰티와 유주얼 서스펙트로 오스카상 남우주연상(2000년)과 남우조연상(1996년)을 각각 받았던 유명 할리우드 배우다.

그는 2017년부터 성 추문에 잇따라 휩싸이며 사실상 영화계 퇴출 수순을 밟았다.

첫 폭로는 영화 '스타트렉:디스커버리'에 출연했던 배우 앤서니 랩(50)의 입에서 나왔다. 미국에서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 소송을 낼 수 있는 시기를 '23세 전'에서 '55세'까지 연장하는 제도가 입법화하면서 랩은 14세 때 빚어진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로 여러 사건에 걸쳐 스페이시로부터 성폭력을 겪었다는 피해자들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대열에 합류했다.

소송으로 이어진 사건 가운데 일부는 영국 형사 재판에서 사실관계가 가려진다.

영국 검찰은 스페이시가 2005년 3월부터 2013년 4월 사이에 런던과 글로스터셔에서 남성 3명을 상대로 4건의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가 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스페이시는 런던의 올드 빅(Old Vic) 극장에서 예술감독으로 일한 바 있으며, 그의 근무 기간에 성추문 관련 제보가 극장 측에 접수되면서 영국 검찰이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