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사 단골' 돌격소총 연령하한 높이고 대용량 탄창 규제

공화 반대로 상원부결 확실시…중간선거 앞 규제찬반 구도 형성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잇따른 총기난사 충격 속에 미국 연방 하원에서 총기규제를 한층 강화한 법안이 통과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8일 회의에서 찬성 223표, 반대 204표로 반자동 소총을 구입할 수 있는 연령 하한을 높이고 대용량 탄창의 판매를 금지하는 등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가결했다.

여당인 민주당이 추진한 이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해 법률로 시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연방 하원에서 전체 435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0석을 보유해 야당인 공화당(208석)의 전반적 반대를 이겨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연방 상원 전체 100석 가운데 친여권 무소속 의원 2명을 포함해 50석을 지녀 공화당(50석)과 백중세다.

당연직 상원 의장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 과반이 된다.

하지만 공화당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에 들어가면 의사 규정상 60표가 필요해 공화당 의원 10명 이상이 이탈해 민주당 편을 들어줘야 한다.

미국에서 연방 법률이 시행되려면 상·하원을 통과한 뒤에 대통령이 서명해야 한다.

AP통신은 이번 법안이 법률이 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직접적 총기규제가 아닌 정신보건, 학교 보안, 신원조회 강화에 초점을 맞춘 대안을 추진한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는 법안이 좌초되더라도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총기규제 찬반을 핵심 의제로 띄우는 데 성공했다.

미국 중간선거는 연방하원 의석 전체, 연방상원 100석 가운데 33∼34석, 주지사 50명 중 34명을 두고 펼치는 대형 정치행사다.

베로니카 에스코바(텍사스·민주) 하원의원은 "모든 생명을 살릴 수는 없지만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오늘 하원은 국민의 목소리에 따라 행동에 나섰는데 누가 국민과 함께 하는지, 누가 그렇지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법안 표결은 잇따른 총기난사 충격 속에 진행됐다.

지난달 14일 뉴욕주 버펄로에서는 백인 우월주의 성향이 있던 남성이 슈퍼마켓에서 총기를 난사해 흑인 10명을 살해했다.

이달 8일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도 괴한이 침투해 무차별 총격으로 어린이 19명, 교사 2명을 죽였다.

두 총기난사 피의자는 모두 18세가 되자 돌격소총(휴대하는 가벼운 기관총) AR-15를 구입해 범행에 나섰다.

이날 법안은 돌격소총을 구입할 수 있는 연령 하한을 18세에서 21세로 높이는 방안을 포함했다.

테드 류(캘리포니아·민주) 하원의원은 "21세 미만은 버드와이저(맥주)도 못 산다"며 "21세 미만이 전쟁무기인 AR-15를 사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총기구입 연령제한이 민간인의 총기소지 권리를 명시한 수정헌법 2조를 위반하는 규제라고 주장한다.

이번 법안에는 ▲총알을 15발 이상 담을 수 있는 탄창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총기 보관과 관리 강화 ▲ 일련번호 없이 조립되는 유령권총 금지 ▲ 반자동소총의 연사력을 자동소총처럼 만들어주는 장치인 '범프스톡' 금지 등도 담겼다.

이와는 별개로 하원은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극도로 큰 이에 대해 가족, 경찰 등이 연방법원에 일시적 총기압류 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추진한다.

레드플래그법(red flag laws)으로 불리는 이 조치는 총기난사 참변을 예방하려고 미국 50개주 중 19개주에서 운용하고 있는 총기규제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