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릴랜드 공화당 주지사 후보 경선서 서로 다른 후보 지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2024년 미국 대선 티켓을 두고 공화당 내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있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초전을 치르게 됐다.

11월 예정된 메릴랜드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결정하는 당내 경선에서 각자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대리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는 호건 주지사는 연임 제한 규정 때문에 출마하지 못한다.

13일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공화당 주지사 후보 경선에서 호건 주지사는 켈리 슐츠 전 메릴랜드주 노동·상무 장관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댄 콕스 메릴랜드 주의회 의원을 지지했다.

콕스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인증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을 '반역자'라고 불렀으며 코로나19 정책을 문제 삼아 호건 주지사를 탄핵하려고도 했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호건 주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에서 대척점에 선 인물이다.

호건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장 강하게 비판한 인사 중 하나로 공화당이 트럼프표 분열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이 부정 선거였다는 그의 거짓말을 따르는 후보들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이기도록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일 성명에서 "댄 콕스가 '트럼프 결사반대'를 위한 래리 호건의 후임이자 또 다른 힘없는 RINO(Republicans in Name Only·이름만 공화당원)인 켈리 슐츠를 이겨 호건의 끔찍한 RINO 통치를 끝낼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최근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호건 주지사는 주지사 경선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리전이라는 시각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서로 다른 철학을 가진 두 후보의 싸움"이라며 슐츠가 민주당 승리를 막을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이미 대리전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호건 주지사를 지지하려고 슐츠에게 투표했다는 제프 콘리(68)는 "난 평생 공화당원인데 트럼프의 사람들이 장악한 공화당을 돌려받고 싶다"며 "래리 호건을 사랑한다. 그가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돼 합리적이고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을 데려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시론(50)은 콕스의 낙태 반대 정책 등을 지지해 표를 줬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가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그는 미국을 우선시하는 애국자다. 내가 그를 위해 투표한 이유"라고 말했다.

미레아 크로머 가우처대 정치학 부교수는 "호건이 지지하는 슐츠와 트럼프가 후원하는 콕스 간 경선을 더 큰 공화당 역학관계 속에서 보지 않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누가 이기든 민주당원이 공화당원의 두 배인 메릴랜드에서 주지사가 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호건 주지사는 세금을 인하하고, 초당파주의를 강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덕분에 연임에 성공했다.

가우처대와 지역 언론이 지난달 공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4.8%포인트) 지지율은 콕스 25%, 슐츠 22%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공화당원의 44%는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민주당에서는 톰 페레스 전 노동장관, 베스트셀러 저자 웨스 무어, 피터 프란콧 메릴랜드주 감사관, 존 킹 전 교육장관 등이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다.

민주당은 콕스 의원이 더 만만하다고 보고 그가 후보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민주당주지사협회는 100만달러 이상을 들여 콕스의 보수적 성향과 이력을 강조하는 광고를 방영했다.

광고는 콕스가 트럼프와 너무 가까우며 어떤 비용을 치르든 헌법 2조(총기 소유 보장)를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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