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투입 압박 속 쟁점 미결 상태 합의…손배소 '과제'

0.3평 옥쇄투쟁 부지회장 31일만에 기지개…대우조선 조만간 진수 재개

(거제=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장기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노사 협상이 22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권수오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장과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노사 양측을 각각 대표해 협상 결과 브리핑을 열고 타결 소식을 발표했다.

권 협의회장은 "오늘까지 51일 동안 파업이 진행됐는데 51일이 아니고 51개월로 느껴질 만큼 굉장히 긴 기간이었다"면서 "잠정합의안이 타결되면 노사 상생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위원장은 "늦었지만 엄중한 사태를 해결하고 노사 간 원만하게 잠정 합의했음을 국민께 보고드리겠다"면서 "노조원들과 잠정합의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가결이 되면 완전 타결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절차를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대우조선 하청 노사는 임금 4.5% 인상에 합의했다. 또 설, 추석 등 명절 휴가비 50만원과 여름휴가비 40만원 지급에도 뜻을 모았다.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인 손해배상 소송은 미결로 남겼다.

손해배상 소송 대상자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지도부가 민·형사 책임을 지더라도 조합원에는 영향이 가지 않도록 조율해나갈 계획이다.

폐업 사업장에 근무했던 조합원 고용 승계 부분에서도 노조는 뚜렷한 소득을 얻지 못했다.

노사는 노조가 요구했던 직고용 형태가 아닌 내용적 측면에서 고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으로 고용 승계를 약속했다.

노조는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직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96% 찬성률로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손배소 문제에서 보듯 이번 노사 합의는 완벽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와 향후 노사 갈등에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소지가 없지 않다.

앞서 대우조선 하청노조는 임금 30% 인상과 단체교섭,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달 22일부터는 하청노동자 7명이 작업장의 핵심 권역인 1독(dockㆍ선박건조장)을 점거한 채 농성에 들어가고 그 중 한 명인 유최안 부지회장이 1㎥ 철골 구조물에 몸을 웅크리고 들어가 우려를 샀다.

대우조선이 선박 생산을 시작한 지 44년 만에 처음으로 진수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대우조선은 상황이 악화하자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박두선 사장이 나서서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노조의 이런 강경 투쟁은 실정법 준수 및 노사 자율 교섭주의를 앞세우는 정부의 정책 태도,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권력 투입 시사 입장과 맞부딪치며 노정 충돌의 위기감을 한껏 끌어올리기도 했다.

또 독 점거로 인해 생산 공정에 본격적인 차질을 빚으면서 대우조선과 하청 협력사들은 모두 7천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산업계의 우려를 낳았다.

노사는 이달 초 견해차로 파행한 협상 테이블을 지난 15일부터 재개하고 이견을 좁혀갔다.

노조가 당초 임금 30% 인상에서 사측이 제시한 4.5% 인상안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임금 협상은 타협점을 찾았으나 손해배상 청구를 놓고 신경전이 이어졌다.

노사는 정회와 재개를 거듭하며 릴레이 협상을 이어갔음에도 결국 손배소 부분에서 합의를 이르지 못했다.

금속노조 홍지욱 부위원장은 "워낙 견해차가 크지만, 이 사태(파업 장기화)가 엄중하기 때문에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과제를 남겨놨다"며 "진지한 대화를 앞으로 노사 간에 이어나갈 생각이다"고 밝혔다.

파업을 종료하며 선박 점거 농성도 끝을 맺었다.

1㎥ 크기 철제 구조물에서 숙식한 유최안 부지회장은 31일 만에 기지개를 켠다.

대우조선은 이르면 이달 말 5주 넘게 밀렸던 선박 진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청노조의 독 점거로 진수가 밀린 선박은 3척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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