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본부로 사용한 현지 경찰서서 주민 억류·고문

이지움 주민 "러시아군, 우크라 침공에 환멸 느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수복한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전기고문과 살인 등 잔혹한 만행을 저지른 정황이 발견됐다고 dpa·BBC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하르키우주 바라클리아에서는 러시아군이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전기고문을 가하고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바라클리아 출신 고위 경찰관인 세르히 볼비노우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러시아군이 현지 경찰서에서 구금자를 정기적으로 고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점령자(러시아군)는 (우크라이나)군에 직접 복무했거나 복무한 친척이 있는 이들을 거기로 데려갔고, (군에) 도움을 준 사람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바라클리아 주민 아르템은 러시아군이 자체 본부로 사용한 현지 경찰서에서 자신이 46일간 억류돼있었고 전기로 고문도 당했다고 BBC에 전했다.

아르템은 "발전기가 있었고 나한테는 전선 두 개를 들고 있게 했다"며 "그들은 내게 질문을 던졌는데 내가 거짓말한다면서 발전기를 더 돌려 전압이 올라가게 했다"고 전했다.

자신은 전기고문을 한 번 당했지만, 일부는 매일 같이 당했다면서 여성도 피해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른 감방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을 들었고, 러시아군은 이 소리가 잘 들리도록 소음이 발생하는 환기장치까지 껐다고 말했다.

자신이 붙잡힌 이유는 군복을 입고 있는 형제 사진이 걸렸기 때문이고, 다른 구금자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25일간 억류됐다고 덧붙였다.

학교 교장 타티아나도 경찰서에서 사흘간 붙잡혀있었고 다른 감방에서 비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2명이 들어가야 하는 감방에 최대 8명까지 붙잡혀있었다며 현지 주민은 경찰서를 지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도로 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택시 운전사 페트로 셰펠과 승객 1명의 임시 무덤이 마련돼있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두 사람이 러시아군의 퇴각 직전인 지난 6일 러시아 검문소 인근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전선에서 빠르게 반격에 성공하면서 러시아군은 반년간 점령했던 하르키우주의 핵심 요충지인 바라클리아와 이지움에서 지난 10일 사실상 철수를 결정했다.

CNN에 따르면 이지움의 주민 발레리는 전쟁 초기 도시에 온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이 허구임을 깨닫고 환멸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비나치화시키러 왔다'는 젊은 러시아 군인들에게 그들이 사실은 한때 가까웠던 양국의 관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서 러시아군 정찰대가 자신에게 다가와 "우린 누구를 해방시키려 여기에 왔는가"라고 반문했다고 말했다.

CNN은 러시아군 사이에 퍼진 혼란스러움과 환멸감이 이 지역에서 후퇴한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it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