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주소지로 마약 배송 가능성…제주서 LSD·우편 통한 첫 마약유통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최근 제주시 한 가정집에 신종 마약으로 분류되는 LSD가 국제우편으로 배송되면서 누가 왜 남의 주소로 우편물을 보냈는지, 실제 수신자는 누구인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제주에서 LSD 적발은 물론 우편을 통한 마약 유통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6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주출장소가 지난달 28일 경찰에 신고된 탄저균 의심 우편물을 정밀 분석한 결과, 동봉돼 있던 밴드 모양 스티커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LSD 성분이 나왔다.

LSD는 강력한 환각제로 보통 우표와 같은 형태의 종이에 그림으로 인쇄돼 판매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송된 이 우편물은 지난달 중순께 제주시 조천읍 주민 A씨 자택에 국제우편으로 배송됐다.

봉투 겉면에는 A씨 자택 주소와 함께 수신자로 A씨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발신자 이름도 적혀 있었지만 발송지에 실제 거주하는 인물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거동이 어려운 A씨를 대신해 지인 B씨가 우편함에 쌓여있던 우편물을 확인하던 중 발견했다.

B씨는 '미국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는 A씨 말에 과거 언론보도에서 접한 미국발 탄저균 동봉 편지를 떠올리고 함덕파출소를 찾아와 신고했다.

경찰은 현재 수신자인 A씨가 LSD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으로 보고 우편물이 어떻게 A씨 집으로 배송됐는지 등 유통 경로를 캐는데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수신자로 적힌 우편물이지만 누군가 A씨 주소를 이용해 LSD를 받으려고 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씨가 평소 몸이 불편해 자주 우편물을 확인할 처지가 못되는 점도 이러한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비슷한 유형의 마약류 적발사례에 비춰보면 마약류 구매자가 A씨 우편함을 범행 장소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인천에 사는 20대 C씨는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타인의 주소지로 마약류를 해외에서 배송받아 판매하다가 인천세관에 덜미를 잡혔다.

그는 주거지 근처 아파트와 상가에서 날짜가 지난 우편물이 많이 쌓인 우편함 19곳을 범행 장소로 삼아 수취인 이름과 주소지를 도용하고 마약류가 든 우편물이 도착하면 몰래 빼내 가는 수법을 썼다.

세관은 C씨가 주문한 마약류를 프랑스발 국제우편물에서 적발해 잠복 수사한 끝에 우편함에서 마약을 꺼내 달아나던 B씨를 긴급체포했다.

인천지역 30대 택배기사 D씨는 자신이 배송했던 곳 중 직접 택배를 수령하지 않는 고객 주소와 이름을 도용해 마약류를 밀수입하다 지난 4월 세관에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 단계로 더 수사를 진행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제우편을 이용한 10g 이하 소량의 자가 소비용 마약류 밀수 적발 건수는 2020년 138건에서 지난해 385건으로 179%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마류와 신종마약인 LSD와 러쉬, MDMA 등 4개 품목이 적발 건수의 77%를 차지했다.

dragon.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