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279편 결항 이어 23일 하루종일 결항…강풍·급변풍 특보

결항편 승객들 허탈, 숙소 잡기로 분주…주말도 혼란 이어질듯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전지혜 기자 = "어제 항공기 결항으로 PC방에서 자고 오늘 새벽에 제주공항에 와 계속 대기했어요."

지난 19일 제주도로 대학 친구 3명과 졸업 여행을 온 A(25)씨는 23일 오후 늦게 제주공항 출발 터미널 바닥에 쪼그려 앉아 볼멘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제주에 몰아친 강풍과 폭설로 항공편 결항이 이어지면서 A씨 일행은 22일 오후 돌아가려던 항공편이 끊긴 이후 현재까지 꼬박 하루를 PC방과 제주공항에서 보냈다.

A씨는 항공사에서 24일에는 항공기가 뜰 수 있다고 말해 와 일찍 출발하는 항공편을 잡기 위해 또 아침 일찍 공항에 나와 볼 예정이다.

B(66)씨와 C(62·여)씨 부부는 항공편이 결항한 데다 숙소까지 잘 잡히지 않는다고 언성을 높였다.

B씨는 "오늘 오후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결항이 됐다. 아내는 25일 저녁 김해행 비행기를 타고 가서 부산에서 KTX로 갈아타고 서울로 갈 예정이지만 나는 26일에나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대 연인은 이날 오후 항공편이 끊기면서 25일 저녁이나 돌아갈 수 있게 됐지만 다음 주 월요일인 26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제주에 12월치고는 매서운 강풍과 많은 눈이 내리면서 22∼23일 이틀간 제주국제공항 항공편 운항이 사실상 마비됐다.

제주공항에는 지난 21일 밤부터 급변풍 특보가 내려지고 22일 오전부터 24일 0시까지 강풍특보가 발효된 상태다.

다행히 활주로에는 제설작업으로 눈이 쌓이지 않았지만, 다른 지역 공항의 눈 날씨가 겹쳐 항공편 운항이 어려웠다.

이날 오후 5시 30분 기준 국제선에서 단 2편이 운항하고 사전 결항편을 합해 470여편이 운항 계획을 취소했다.

전날인 22일에는 항공편 279편(출발 136, 도착 143)이 결항했으며 20여편이 지연 운항하는 등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다.

전날 무더기 결항에 이어 이틀째 항공편 운항이 마비되다시피 하면서 제주에 발이 묶인 관광객 등은 대체 항공편을 알아보거나 일정을 급히 변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풍랑경보 발효로 이날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여객선 운항도 모두 통제되는 등 바닷길마저 막힌 상태다.

강풍과 폭설로 이틀째 제주공항이 고립되면서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의회 의장, 교육감 등 도내 3대 기관장 모두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갔다가 발이 묶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항편 승객이 항공편을 알아보기 위해 제주공항으로 몰려 나오면서 한때 터미널에는 1만∼2만명의 이용객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공항 내 야간 체류객을 줄이기 위한 조처로 오후 늦게부터 항공편 대면 예약을 받지 않고 체류객을 외부 숙소로 보내면서 야간 체류객은 거의 없는 상태다.

항공기상청은 성탄절 전날이자 주말인 24일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오전 9시까지 눈이 내리겠고 이후 오후 3시까지 눈 또는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또 24일 아침부터 바람이 점차 잦아들겠지만, 풍속 차이로 인한 급변풍이 발생할 것으로 예보했다.

강한 눈이 내리는 동안에는 돌풍과 함께 일시적으로 시정이 2㎞ 내외로 낮아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공항 관계자는 "공항 이용객들은 24일 항공편 운항 여부를 사전에 항공사에 문의한 후 공항으로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o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