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정자은행 '크리오스' 보고서, 日 고객 2년 새 150명 →500명 3배 폭등

[덴마크]

내달 '정자 상거래 금지법'발표 예정
미혼여성·성소수자·불임남편등 몰려
기증자는 대부분 미국과 유럽 출신男

덴마크의 정자 은행을 이용한 일본 여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일본 교도통신은 세계 최대 정자 은행인 덴마크 크리오스(Cryos)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크리오스가 지난해 10월까지 약 3년 반 동안 일본 여성 최소 500명에게 정자를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정자를 구입한 일본 여성은 미혼 여성, 성 소수자, 불임 남편 등 혼인을 통해 아이를 갖기 어려운 이들이다.

크리오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1월에 일본 고객은 150명 가량에 불과했다. 그러나 약 2년 가량 지난 2022년 10월에는 3배 이상 규모로 늘었다.

일본에선 기증된 정자나 난자를 이용한 생식보조기술에 관한 입법이 논의 중인데, 지난해 3월 관련 법률 안에는 상거래는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교도통신은 지적했다.

크리오스 일본지사의 이토 히로미씨는 “아이를 원하는 여성은 포기하지 않고 개인 대 개인 거래에 의지할 것이다”며 “개인 간 거래 시 감염병 등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토씨는 “(정부가)민간 정자 은행이 특정한 규칙과 안전한 통제 하에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오스 정자은행에는 약 1000명의 기증자가 등록돼 있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 출신이다. 기증자는 익명을 선택하거나, 기증된 정자로 태어난 아이가 특정 연령이 되면 본인 정보를 공개하는 데 동의할 수 있다.

일본 고객의 70%는 익명이 아닌 기증자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본 여성들은 장래에 아이가 자신의 생물학적 부친이 누구인 지 알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1년과 2022년에 실시한 조사에선 응답자 246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가 미혼여성이었다. 기혼자는 35%, 동성애자는 13%를 각각 차지했다.

보고서는 전체 고객의 30~40%가 성수자일 것으로 추산했다. 미혼여성 가운데 파트너가 없는 레즈비언, 무성애자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니노미야 슈헤이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아이를 갖고 싶은 욕구는 라이프스타일 선택지 중 하나다. 젠더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에 따라 차별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자 기증 상업화 여부가 여성 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야나기하라 요시 도쿄 덴키대 생명윤리학 교수는 “민간 정자은행은 정자를 제공한 남성에게 가격표를 붙이고, 그들의 유전 정보를 판다”면서 “우리가 사람들의 유전 정보를 평가하고, 돈으로 거래하는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지에 관한 문제는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